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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가을 '분양 대전'..강남 '고분양가',신도시 '과잉공급' 주의보

정수영 기자I 2015.09.03 05:30:00

9~10월 공급물량 14만여 가구..'옥석' 가려야
서초구 재건축 일대 3.3㎡당 4000만원 근접
동탄, 김포 등 수도권 공급과잉 우려

△SK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 SK뷰’ 아파트는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경쟁률이 최고 49.71 대 1을 기록했다. 대치 SK뷰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건설]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분양시장이 가을 문턱에 접어들면서 청약 열기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추석을 전후한 이달과 다음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아파트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9~10월 두 달간 전국에 공급 예정인 아파트는 총 14만 5149가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만 6730가구)의 2배 수준이다.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 ‘고분양가’ 주의해야

가을 분양시장 최고의 관심 지역은 단연 서울 강남권이다. 강남권에서는 9~10월 5개 재건축 사업장에서 새 아파트 1만 2055가구가 공급된다. 하지만 조합원 분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은 2176가구가 전부다. 최대 관심 단지는 다음달 분양될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자이’다. 이 아파트는 GS건설이 반포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단지로, 606가구 중 일반분양은 152가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매가 즉시 가능한데다 학군 및 교통 여건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삼성물산이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2차를 재건축해 공급하는 ‘래미안에스티지S’ 아파트도 눈여겨 볼만하다. 총 593가구 중 147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삼성사옥 근처에 있어 삼성 직원 베드타운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계열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지난달 특별분양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분양 성패의 관건은 적정 분양가 여부다. SK건설이 얼마 전 분양한 ‘대치 SK뷰’ 아파트는 분양가가 3.3㎡당 평균 3900만원으로, 4000만원이 넘는 물량도 많았는데도 청약경쟁률이 최고 49.71 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입지에 비해 분양가가 너무 비싸면 자칫 미분양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서초구 일대에서 선보일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모두 3.3㎡당 3500만~4000만원 사이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석 이후 시장 상황을 예견하기도 쉽지 않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 청약 수요는 단기 투자성 가수요가 많아 경쟁률이 높다고 무조건 프리미엄(웃돈)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거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가 높아지면 이후 금리 인상 및 가계대출 규제 등의 악재 발생 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 물량을 포함하면 새 아파트 공급량이 크게 늘고 있는 점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강남권에서는 11월과 12월에도 2~3개 재건축 사업장에서 추가 분양이 예정돼 있다. 더욱이 정부의 잇따른 재건축 규제 완화로 사업 속도가 빨라져 내년에도 상당한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다음달 분양하는 ‘송파 헬리오시티’의 경우 총 84개동 규모에 총 9510가구다. 이 중 1635가구가 일반분양된다. 공급 물량은 많지만 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곳이어서 프리미엄이 형성될지 관심사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 실장은 “당첨만 되면 분양권에 웃돈을 붙여 팔 수 있다는 생각에 자산가들뿐 아니라 젊은 투자자들도 대거 몰릴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부분의 민간아파트는 6개월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만큼 자금 마련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상 사주와부동산 공인중개사는 “1~2년 전 분양한 강남권 재건축 물량들이 1억원이상 오른데다 당장 멸실주택이 많아 일반분양은 분양가가 높아도 수요자가 많이 몰릴 것”이라며 “다만 2~3년 후엔 강남권도 멸실주택보다 더 많은 아파트가 생긴다는 점은 유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 ‘과잉 공급’ 우려 없나

수도권 신도시에서도 9~10월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김포 한강·화성 동탄2· 파주 운정신도시 등에서 총 8개 단지 6768가구(임대 제외)가 공급된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 지 관심사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는 이 기간 1497가구가 나오고, 운정신도시에서도 오랜만에 1169가구의 새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다. 동탄2신도시에서는 4102가구가 가을 분양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양지영 실장은 “신도시는 녹지가 풍부하고 도로·지하철 등 교통망 등도 잘 갖춰져 있어 단기간에는 미분양이 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물량 소화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실장은 “더구나 수도권은 분양가가 평균 3억원대로 서울 전셋값 수준이어서 젊은층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공급 과잉 현상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동탄신도시를 포함한 화성시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8084가구가 공급돼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함영진 센터장은 “일부 지역은 아직도 미분양이 남아 있고, 시세가 여전히 분양가 수준에 머무는 곳도 있다”며 “2~3년 후 입주 시점에 가격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히 실수요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가을철에 수도권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만큼 입지가 좋지 않은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높은 건 아닌지, 교통 여건 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실거주하기 편하게 설계됐는지 등 옥석 가리기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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