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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폭탄' 주의보]반년새 네차례 웃돈 거래..거품 꺼지면 실입주자 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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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I 2015.05.26 06:00:15

과태료 비웃는 투기
수천만원 웃돈 유혹 불법전매·다운거래 성행
분양폭탄 '재깍재깍'
프리미엄·중개보수·양도세 매수자가 모두 떠안아

[이데일리 정수영 김성훈 기자] “전매제한이요?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미리 공증받아 계약해 놓고 1년 후에 신고하면 돼요. 대신 양도세는 사는 사람이 내는 겁니다.” (화성 동탄2신도시 K공인 관계자)

지난 주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서울 왕십리뉴타운 등을 찾았다. 뜨거운 분양 열기 속에 분양권 사고 팔기가 한창이었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이 분양시장에 합류하면서 일부에선 ‘폭탄 돌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분양권에 웃돈(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붙은 지역의 경우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 분양권 값이 떨어져 실입주자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권 거래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폭탄 돌리기’ 주의보가 내려졌다. 수요자들이 과도한 웃돈을 내고 분양권을 샀다가 결국에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서울 왕십리뉴타운 3구역에서 최근 분양된 ‘센트라스’ 아파트의 분양권 거래 알선 문구와 시세표가 나붙은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매도자 우위 시장…양도세도 매수자가 내야

분양권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다. 이곳에선 분양권 불법 거래가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수도권 공공택지는 분양 계약 후 1년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지만 이를 무시한 채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동탄2신도시에서 지난 3월 분양한 ‘반도유보라’ 아파트의 경우 전매 제한이 내년 4월께 풀리지만, 이미 거래할 사람은 대부분 거래를 마쳤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아직 터파기 공사도 끝나지 않은 이 아파트에는 현재 4500만~5500만원의 웃돈이 형성돼 있다.

이 단지보다 약간 떨어져 있는 ‘대우푸르지오’ 아파트 분양권에도 3000만~4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직원은 “전매 제한이 풀리고 입주 시점이 되면 웃돈이 1억원 넘게 오를 것”이라며 “살 거면 지금 사야 한다”고 거래를 부추겼다.

양도세는 매수자 부담이다. 통상 양도세는 매도자, 즉 집을 팔아 수익을 낸 사람의 몫이지만 이곳에선 매수자가 매도자의 양도세까지 대신 내주는 것이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실거래 가격보다 매매가를 낮춰 적는 ‘다운계약서’ 작성도 일반화돼 있다. 양도 차액에서 얻은 이익의 최대 50%(1년 미만 분양권 거래시)인 양도세와 취득세를 줄이기 위한 꼼수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3억원까지 올랐던 분양권 거품이 다소 빠졌지만 여전히 1억원대를 호가(부르는 가격)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전매 제한이 풀린 아파트도 분양권을 사는 매수자가 양도세를 내게 하고 있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위례신도시 ‘엠코타운 플로리체’ 전용 95㎡형 분양가는 6억 3000만원. 층수 등을 고려해 붙은 웃돈은 6500만~9000만원이다. 여기에 양도세(약 4000만원)와 발코니 확장비(1200만원), 중도금 후불제 이자(1200만원), 중개보수(250만~300만원)까지 계산하면 매수자는 분양가에다 1억2900만~1억5400만원을 더 내고 사는 셈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다보니 전매제한이 풀린 단지의 경우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이점에 웃돈이 2000만원 이상 더 붙은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분양권 거래가 활발한 왕십리뉴타운 지역은 분양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웃돈이 치솟고 있다. 내년 11월 입주 예정인 ‘센트라스 1·2차’ 아파트의 경우 분양 직후 1500만원 웃돈이 붙은 후 매달 2000만원씩 올라 현재 전용 59㎡형 기준 5500만원까지 올랐다. 하왕십리동 D부동산 관계자는 “소형인 전용면적 59㎡형의 경우 물량이 넉넉지 않은데다 젊은 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매입 문의 늘면서 웃돈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양도세 부담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운계약서는 써야 한다”고 귀띔했다.

“거품 빠지면 실입주자 폭탄 안게 돼”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진 데는 실수요나 투자 수요뿐 아니라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도 가세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분양권을 사들여 시세가 오르면 되팔아 차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거래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분양권이 3~4차례 거래되면서 웃돈이 치솟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공덕 자이’ 아파트 전용 59.99㎡(8층)의 분양가는 4억 8000만원 선. 이후 지난달까지 3차례의 손바뀜(2014.10월 5억 1000만원→2014.11월 5억 7500만원→2015.4월 6억 1000만원)이 이뤄지면서 분양권 가격이 6개월 새 1억 3000만원이나 뛰었다. 이 과정에서 분양권 시세에는 거품이 자연스레 생기게 된다. 하지만 호재가 아무리 많더라도 시장 상황이 침체될 경우 거품 낀 분양권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마지막에 산 실입주자가 폭탄이 된 비용을 모두 떠안게 되는 격이다.

투기에 나서는 이들은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인 경우가 많다. 동탄신도시 인근 J공인 관계자는 “당첨된 분양권을 사들여 이를 너무 높은 가격에 되파는 떴다방들이 많아 일부 중개업소들까지 피해를 본다”며 “솔직히 입주 시점에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예전 사례를 봐도 입주 시점이 되면 가수요와 투자 수요는 사라지고 실수요만 남으면서 아파트 분양권 시세에 거품이 순식간에 꺼질 수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마지막 실입주자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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