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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보다 빛난다"…무대 위 '신스틸러'

이윤정 기자I 2015.02.09 06:00:00

묵직한 존재감 작품에 활력 넣어
'로빈훗' 서영주…체통없는 왕 연기로 웃음 유발
'킹키부츠' 고창석…코믹한 표정연기·객석 호응 유도
'바람직한 청소년' 구도균…리얼한 욕대사 개성으로 어필

배우 서영주(왼쪽부터), 고창석, 구도균까지. 개성있는 연기로 깨알 웃음을 선사하는 무대 위 ‘신스틸러’들의 활약이 공연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사진=쇼홀릭·CJE&M·이다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엄숙한 궁정에서 깨방정 박수와 함께 존왕이 등장했다. “나 왕 같애?” 황금색 의상을 입고 엄숙한 분위기를 내다가도 “신께서 노하시긴, 신(신발)으로 맞아볼래!”라며 재치있는 대사를 던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왕과 다른 우스꽝스러운 춤까지 소화하며 재미를 선사한 이는 배우 서영주. 내달 29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로빈훗’에서 서열 3위의 존왕 역을 맡았다. 형의 그늘에 가려져 권력을 못잡게 되는 인물로 체통 없고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웃음유발자’ 역할을 톡톡히 하며 이날 커튼콜에서도 주인공 못지 않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신스틸러’. 훌륭한 연기력이나 독특한 개성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보다 많은 주목을 받는 명품조연을 일컫는 말이다. 무대 위에도 ‘신스틸러’가 있다. 뮤지컬 ‘로빈훗’의 서영주부터 ‘킹키부츠’의 고창석, ‘바람직한 청소년’의 구도균까지. 묵직한 존재감으로 작품에 활력을 주는 무대 위 ‘신스틸러’들을 살펴봤다.

△안쓰럽지만 귀여운 ‘왕’…배우 서영주

서영주(47)는 뮤지컬 1세대 베테랑 배우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비롯해 ‘오페라의 유령’ ‘완득이’ ‘레미제라블’ ‘아가씨와 건달들’ 등에 꾸준히 서왔다. 지난달 3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 ‘조로’에서는 영웅 조로의 스승인 가르시아 역을 맡아 카리스마와 함께 웃음을 선사했다. 앞에 아무것도 안보인다는 조로에게 “그게 네 미래야!”라고 조크를 던지기도 했다.

‘로빈훗’은 이미 소설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소개된, 친숙한 가공의 의적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 서영주는 리처드왕의 동생으로 왕위 찬탈에 눈이 멀어 주위의 간신에게 휘둘리는 폭군을 그만의 맛깔스러운 연기로 소화해냈다. 뛰어난 가창력과 함께 수년간 무대에서 쌓은 연기가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등장 때마다 반가운 얼굴…배우 고창석

그간 영화와 드라마에서 명품조연으로 등장했던 배우 고창석(45)은 무대 위에서도 여지없이 존재감을 발휘했다. 22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서 공연되는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그가 맡은 역은 돈 역. 롤라의 여장과 행동을 못 마땅해하는 찰리의 신발공장 직원이다. ‘킹키부츠’는 파산위기에 빠진 신사화 구두공장을 가업으로 물려받은 ‘찰리 프라이스’가 여장남자 ‘롤라’를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고창석은 첫 등장부터 인상적이다. 공연관람시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멘트 대신 고창석이 친구에게 전화를 하며 무대로 나선다. “여보셔, 지금 얘기 못해. 일할 시간이니까. 전화 안 되고, 문자 안 돼. 사진 안 돼. 진동소리도 짜증나니까 안 돼. 알아 들었냐?” 고창석이 공장으로 들어가면 조명이 꺼지고 본 공연이 시작된다. 돈과 롤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권투시합 장면에서는 슬로우비디오처럼 코믹한 표정연기와 동작으로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마지막 밀라노 패션쇼에선 커다란 덩치에도 80㎝의 빨간색 킹키부츠를 신고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유의 개성으로 몰입도↑…배우 구도균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 구도균(35)은 첫 뮤지컬 데뷔작인 ‘바람직한 청소년’에서 리얼한 욕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바람직한 청소년’은 동명연극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동성애 성향의 고등학생 이레, 불량학생 현신, 왕따 피해자 봉수 등 현대사회에서 ‘문제적 청소년’으로 분류되는 주인공들의 성장통을 그렸다. 연극에서 재범과 지훈의 아버지로 출연했던 구도균은 이번 공연에선 불량학생 기태·재범 역을 맡았다.

지난해 연극에서 구도균은 “아들아 미안하다!”라는 고승덕 변호사의 패러디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번엔 여자를 만나고 싶다며 객석에 초코파이를 건네고 모의고사 점수 200점을 받았다는 봉수에게 “이 XX 만점이잖아!”라고 외치기도 한다. 닥치는 대로 미팅·소개팅을 하고 싶어 대학에 가야겠다는 애절한 눈빛과 코믹한 표정연기는 객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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