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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시장 붕괴 피할수 없어 VS 경기 활성화로 극복 가능
전문가들은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볼 때 고령화 시대에 예상되는 주택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토교통부 주택업무편람(2012년)에 따르면 일본과 스페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시점과 주택 가격 하락 시기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주택 시장 버블 붕괴를 경험한 일본의 경우 생산가능인구가 1992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들며 주택 가격이 20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스페인도 2007년을 기준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집값도 같은 시점부터 하락하는 추세다.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은 일본의 20년 전과 비슷하지만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령인구가 늘면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아져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고령층이 경제적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주택 연금이나 노후 소득 보전 방안 등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반면 주택 가격과 인구 구조는 별개며 오히려 주거 형태 변화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라남도는 올해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고령인구 비중이 21.8%로 가장 높다. 고령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12.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은 물론 초고령 사회에도 이미 진입했다. 인구는 2000년 약 210만명에서 지난달 190만 2350명으로 10%가량 줄었다. 하지만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전남지역 아파트값은 2004년 9월 이후 10년간 37.96%가 올라 서울지역 상승률(34.66%)을 웃돌았다.
또 전국 시·군·구 중 고령층 비중이 38.2%로 가장 높은 전남 고흥군의 솔뫼아파트(155가구·전용면적 30~119㎡) 전용 84㎡형은 현재 평균 매매가가 1억원(부동산114 시세)이다.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06년 6월(7800만원)이후 28.2%(2200만원)가 올랐다. 이처럼 전남과 고흥의 사례에서는 인구 감소 및 고령화와 집값 하락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만을 근거로 주택 가격 하락을 예측하는 것은 소득 및 가구수 증가라는 주요 변수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소득 증가율이 3% 수준만 유지돼도 신규 주택 수요가 생길 수 있고, 인구 감소는 다른 경제 변수에 비해 느리게 진행돼 대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래 주택 시장, 규모·형태 다양화로 영역 확대
집값 하락과 함께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주택 다운사이징’(집 규모를 줄여 이사하는 현상)이다. 고령화 시대에는 1~2인 가구 위주로 인구 구조가 재편되고 다운사이징이 대세가 돼 전용 85㎡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몰락할 것이란 예측도 쏟아진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면서 주거비용을 줄여야 하는 문제점에 직면하게 돼 주택 처분이나 다운사이징이 일반화 될 것”이라며 “고령층이 합리적으로 노후생활 자금을 관리하자면 주거비용이 적게 드는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밀려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우리나라 주거 면적이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좁다는 시각도 있다. 2012년 기준 주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의 1인당 주거 전용면적을 보면 우리나라는 25㎡로 미국(55.9㎡)의 절반 이하다. 또 독일(47.6㎡), 영국(40.3㎡), 프랑스(39.7㎡) 등 유럽은 물론 소형 주택 비중이 높은 일본(29.4㎡)보다도 좁다. 이 때문에 향후 주택 시장은 다운사이징뿐 아니라 초고층 고급 아파트와 전원·단독주택, 타운·세컨하우스, 1~2인 가구용 소형주택 등 다양한 규모와 형태가 공존하는 양적 성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 주택 시장은 거주 수요 다양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변화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에겐 오히려 주거환경관리 및 임대·고령자 주택, 주거서비스 등 사업 영역 다각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