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용대출로 생활 꾸려가는 서민 가계

논설 위원I 2014.10.15 06:00:00
오랜 불황과 전셋값 상승 등의 여파로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마케팅·여론조사 전문기관인 NICE 알앤씨가 최근 전국의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용대출 이용자 10명 가운데 3명은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주거비와 식비, 자녀 학자금 등 매달 들어가는 기초생활 유지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계층이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생계형 신용대출은 담보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고 금융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경기가 나빠지면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위험이 크다.

우리 주변에는 증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진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 실업자와 40대에 직장에서 밀려난 조기 퇴직자, 진입자 수가 너무 많아 출혈경쟁을 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 등이 그들이다. 계층 하락과 중산층의 붕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빚으로 이를 충당하는 이른바 ‘렌트 푸어’(rent poor)도 급증하고 있다.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는 등 전셋값 폭등세로 은행권의 전세대출 잔액은 최근 5년간 3배 이상 급증하며 33조원에 육박했다. 그 이자 부담 역시 서민 가계를 압박하는 주된 요인이다. 게다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대출을 갚을 길이 없어 가계파산의 위험도 크다. 빚 내서 집을 샀는데 짒값이 떨어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최상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서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려면 최우선적으로 위축된 기업 투자를 살리고 내수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도록 유인책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닫힌 지갑을 열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주택바우처 제도와 장기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등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다양한 정책 개발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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