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독설이다. 여성의 ‘관계’를 묻는 말에 홍석천은 취약점부터 이야기했다. 냉정한 지적은 여성에 대한 남다른 관심에서 비롯됐다.
홍석천은 지난 2000년 국내 유명인으로는 처음으로 성 소수자임을 밝혀 화제가 됐다. 한동안 방송가에서 배척을 당하는 등 시련을 겪었으나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섰다. 인기 방송인에 교수로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으며, 레스토랑과 쇼핑몰을 운영하는 등 사업가로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어떻게 세상의 냉혹한 시선을 이겨내고 ‘관계의 승자’가 될 수 있었을까. 그 노하우를 오는 30일 반포 세빛섬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여성경제포럼(WWEF)에서 풀어낸다.
◇“감정에 빠져 우는 것은 금물”
홍석천은 여자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지양해야 할 첫 번째로 ‘감정 과잉’을 꼽았다.
“여자들은 섬세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예민하다고도 할 수 있죠. 혼자만의 감정에 빠져서 일을 회피하거나 그르치는 경우를 자주 봤어요. 심지어는 자기가 잘못을 해놓고도 설명을 하기에 앞서 눈물부터 보여요. 그러니 남자들이 ‘여자들과 일하기 힘들다’고 불평하죠.”
특히 홍석천은 여성들이 스스로의 화를 다스리는데 남성보다 취약하다고 봤다. 그는 “같은 일을 시켜도 여자들은 ‘아이고, 머리야’ 이런 식으로 두통을 호소하며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이렇게 되면 주위에서 저절로 눈치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일을 하다가 부하직원 혹은 동료가 실수를 해서 화가 났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꽁하게 있지 말고 먼저 다가가라고 조언했다.
“남자들은 낮에 욕먹고 깨져도 저녁에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풀어버려요. 하지만 여자들은 상처받은 상태 그대로 되새깁니다. 먼저 와서 사과를 하는 경우도 드물죠. 자존심 때문에. 남자들은 감정적으로 세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으면 뭐 때문에 상처받았는지 알지 못해요. 여자가 꽁하고 있으면 다가가서 소주를 마시자는 말도 못 꺼내고 악순환인 거죠. 여성들은 본인의 감정에 덜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인드가 좁다..재지 말고 나눠줄 줄도 알아야”
“쉽게 말해 여자 요리사들은 자신의 비법을 후배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여자 연예인들도 외모 관리 비법 등을 잘 말하지 않아요. 내가 도대체 왜? 이런 마인드죠. 자기 영역을 침범하거나 자기 것을 나눠주는 것을 꺼리는데 이럴 경우 본인 혼자 잘 될 수는 있어도 여성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거나 여성의 입지를 넓히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가 만나본 성공한 여성, 관계 형성을 잘 하는 여성들의 특징은 그 반대였다. 본인 것을 스스럼없이 나눠줘 당장 작은 것은 잃더라도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 그는 “여성으로 타고난 세심함과 공감 능력 등에다가 대범함과 추진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女, 싫은 사람과 일하는 스트레스에 약해
적을 품는 방법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성 소수자임을 밝힌 후 방송계에서도, 사회적으로도 배척당했던 그는 항상 적을 품고 산다고 언급했다. 지난 14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려왔다는 홍석천은 “우선 적이란 생각 외로 가까이에 있다는 점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쳐가는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면 안 보면 그만입니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가장 잘 아는 지인과 틀어져 돌아서는 경우죠. 이럴 때는 무조건 내치는 것도 평판 관리에는 도움이 안 됩니다.”
그는 적을 품는 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관계의 사정권 안에 넣고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피곤하기는 해도 외부 사람들에게 함부로 욕을 하고 다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음은 사정권 밖으로는 빼되 가끔 연락을 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관계를 끊는 법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사업 차 거래하는 쪽과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끊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애인과 헤어져야 하는 경우도 있죠. 살다보면 관계를 잘 정리할 줄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예의 있게 관계를 끊는 법, 아참, 포럼에서 그걸 논의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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