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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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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재 기자I 2014.05.30 07:00:00
5월말 저녁, 남산 산책로를 걸어 퇴근하는 기분이 그만이다. 숲길 3Km남짓을 걷는데 그리 상쾌 할수 없다. 지는 해를 등지고 푸른 나무사이로 부는 저녁 바람이라도 만나면 날아 갈 것같다. 하루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씻어준다.

잠시 쉬어 왼편을 보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북한산 자락밑 광화문, 시청 ,을지로의 빌딩들이 보인다. 설사 보이지는 않터라도 생생하게 그림이 떠오른다. 지난 세월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추억이 오늘의 시야를 더 풍성하게 한다.

구두의 추억이 있다. 80년대 초 지금은 세월호 분향소가 있는 앞쪽 광장에 큰 분수대 하나가 있었다.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대는 오가는 차량들의 청량제였다. 행인들은 접근 금지구역이다. 80년 5월 , 젊은 대학생들은 거리로 뛰쳐 나왔다. 신군부세력의 타도를 외쳤다. 어깨동무 하고 광화문 시청 서울역 일대 거리를 활보했다. 시청앞에 대치하던 시위 대열이 급작스레 터진 최루탄과 곤봉을 피해 도망치다 넘어져 떨어진 곳이 분수대밑이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물속에서 단숨에 뛰어 올라 건너편 조선 호텔쪽으로 달렸다. 간신히 몸을 피해 한쪽 귀퉁이에 서 있었다. 구두한짝을 안싣고 있었다 사실을안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산지 얼마 안된 주황색 새 구두인데... 다시 대단한 각오로 다시 적군(?)을 향해 절뚝이며 걸어갔다. 분수대 옆엔 주인을잃어버린 구두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 순간에도 내 구두보단 여학생 구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구두 벗겨진 줄도 모르고 도망치던 그 여학생은 잡혔을까? 지금도 추억한다. 그 많던 구두의 주인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나의 80년대는 구두의 추억으로 대변된다.

왔던 산책길을 뒤돌아 남산 중턱의 푸른 숲을 보면 생각은 과거로, 대과거로 달려간다. 그 대과거 어디 쯤에 문제작 ‘오발탄’의 유현목영화감독이 있다. 유감독의 지도로 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 을 재구성한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녹음이 우거진 한 여름에 우리 모두는 절망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열정이라는 소설 주인공처럼 봉고차에 촬영장비를 실고 전남 일대 국도를 누비는 강행군을 했다. 그 후 투병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달려간 병원에서의 감독님의 모습은 차라리 뵙지 말아야 서야 했다. 촬영현장에서의 카리스마는 오간데 없었다. 생노병사를 일상으로 접하면 사는 게 우리네 삶이지만 존경하는 분을 보내는 마음은 슬프기 그지없다.

산책길 끄트머리 국립극장에서 끝날 것 같은 산책길은 다시 시작된다. 반얀트리 호텔 (옛 타워 호텔) 지나 서울 성곽 도로와 조우하게 된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강남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2000년대 초 청담동 한복판에 영화사들이 즐비했다. IT벤처 산업붐으로 영화판에 돈이 넘쳐 났다. 배우 매니저들이어깨 힘주고 다녔다. 영화사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대박 꿈꾸던 영화사들은 거의 쪽박찼다. 이같은 시행착오 가 지금 영화가 산업으로 자리 잡은데 일조했다. 근데 아시는지? 심형래의 ‘디워’가 우리나라 영화중 최고의 해외 흥행작이라는 사실을 ...국내에서 1300백만의 관객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 ‘괴물’ 보다 몇 십배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우리 영화산업의 아이러니다.

목멱산방에서 시작한 퇴근길이 서울성곽 길 끝에 당도 할 쯤이면 어둠이 이미 내린 뒤다. 골목길을 따라가면 머티고개 역이다. 골목길은 옛날 이야기 보고다.전파사, 세탁소, 구멍가게 풍경이 우리 유년기 시절 골목길 그대로다. 유난히 불빛 하나가 정감있게 다가온다. 나는 그 불빛을 쫒아 집안으로 들어간다 . 휴~ 집으로 돌아오기 까지 30년이 걸렸다. 30년전에 대문을 열고 나가 돌고 돌아 이제사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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