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돈]④후원회장 그들은 누구인가

이도형 기자I 2014.02.14 07:03:00
[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국회의원은 후원회를 가진다. 그 후원회의 얼굴이 ‘후원회장’이다. 일반 인식 속 후원회장은 지역의 유지나 기업인 등 재력가들의 독자치이며 이들이 정치인들의 ‘뒷배’를 봐주는 거대 권력인양 이해하기 쉽다. 실상은 과연 그럴까.

올해 2월 기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국회의원 후원회는 총 293개다. 후원회장의 수는 후원회 수보다 적다. 한 사람이 다수의 후원회를 맡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원식·은수미·이학영 민주당 의원과 송호창 무소속 의원을 포함, 총 4곳의 후원회를 이끈다. 조 교수는 노회찬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친분이 있는 정치인들끼리 서로 맡아주는 경우도 있다.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의 후원회장은 그에게 지역구(부산 남구을)를 물려준 김무성 의원이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후원회장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18대부터 맡아오고 있다.

그렇다고 계파나 정치적 의미로만 후원회장을 맡는 것은 아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은 같은 당 정세균 의원이 맡고 있지만 계파와는 관계없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캠프에 있었던 김호기 교수이고, 이목희 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도 현재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추진위원장인 이계안 전 의원이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의 후원회장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유명인도 종종 등장한다. 정세균 의원의 후원회장은 소설가 박범신 작가이고, 유인태 의원의 후원회장은 유홍준 교수이다. 이들 역시 정치적 의미보다는 해당 정치인 개인에 대한 신뢰나 친분으로 맡은 경우다.

이처럼 다양한 후원회장들이 있지만 이들이 가진 ‘힘’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평이다. 후원회장은 친분관계에 의해 맡는 경우가 많고 실제 역할은 명예직 성격이라는 것이다. 후원회 관련 업무도 의원실이 직접 담당하고, 후원회장이 후원금을 직접 만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여당 의원 보좌관은 “후원자금에 무슨 문제가 생겨도 후원회 회계담당자가 처벌받지 후원회장이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명예직이라고는 해도 의원과의 신뢰관계는 중요하다. 이름뿐이긴 하지만 정치인의 ‘돈’을 관리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는 “후원회장 이름으로 후원회 통장이 개설돼 있기 때문에 정치인 입장에서는 신뢰할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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