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가 죽음의 병? 약물 치료로 30년 이상 생존

천승현 기자I 2013.12.05 06:10:09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매년 12월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흔히 에이즈가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발생하고 죽음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치료 약물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약만 잘 복용해도 3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에이즈(AIDS)는 만성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농구 스타 매직 존슨은 에이즈에 감염된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HIV에 감염된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HIV는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약자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를 말하며 에이즈는 HIV 감염 후 질병이 진행돼 나타나는 ‘면역결핍증후군’을 말한다.

HIV에 감염된 사람 중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과 면역이 저하돼 세균·바이러스·진균·기생충 등에 의한 감염증·암 등의 질병이 나타나는 사람만 에이즈 환자로 분류하는 셈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총 7788명이 에이즈 환자로 신고됐다. 30~40대가 전체 환자의 51%(4291명)을 차지하고 있다.

HIV 감염인의 50% 정도가 약 10년 후 에이즈로 진행된다. 에이즈 발병은 감염 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일률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면역세포 수, 치료 여부, 다른 감염 질환이나 영양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전문가들은 HIV 감염인과 함께 생활할 때 쉽게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HIV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기 위해서는 감염인 신체 내의 HIV가 체액이나 혈액을 통해 몸 밖으로 나와야 하고 탈출한 바이러스가 생존 가능한 환경에 있어야 한다.

HIV 감염인과 음식을 함께 먹는 경우 감염인의 침에 섞여 나온 바이러스가 음식에 들어갔다고 해도 국이나 찌개 속에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염이 되지 않는다. 만약 바이러스가 생존해 상대방의 체내로 들어가더라도 침에는 1㎖당 5개 미만의 극히 적은 양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어 감염을 일으키지 못한다. 감염인과 키스를 해도 감염이 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HIV 감염인과 손을 잡거나 같이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신체접촉으로 감염되지 않고, 감염인을 문 모기에게 물려도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

다만 상처난 피부나 입안 등의 점막에 HIV 감염인의 혈액이나 체액이 노출된다면 희박하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다.

감염인과 한번 성관계를 가질 때 HIV에 감염될 확률은 0.1~1% 정도에 불과하지만 한 번의 성관계로도 감염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성관계시에는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에이즈가 동성애자들의 질병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는 에이즈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동성애 집단에서 처음 발견됐고 동성애자들이 HIV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동성 간 성행태는 주로 항문성교로 이뤄지는데 항문성교시 항문주위의 혈관들이 파열되면서 상처가 생기기 쉽고 이 상처를 통해 상대방에게 HIV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이성애자보다 감염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HIV 감염되면 체내의 면역체계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파괴되고 결국 면역결핍으로 인해 다양한 질환에 걸려 사망할 수 있다. HIV 감염 이후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사망에 이르기까지 약 10~12년의 기간이 경과된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와 건강관리를 한다면 30년 이상 건강하게 생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에이즈를 더 이상 죽는 병이 아닌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HIV 감염이 되더라도 에이즈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있는 최선의 방법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를 복용해 혈중 HIV를 억제하고 면역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다만 HIV는 약제 내성 돌연변이가 잘 생기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류의 2~4개의 치료제를 동시에 투여해 내성을 억제한다. 과거에는 하루에 30알 이상을 여러 번 나눠 먹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복합제가 개발돼 하루에 몇 개의 알약만 복용해도 되는 등 개선된 약물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또 하루 한번 한 알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도록 여러 기전의 약물을 하나의 알약에 담은 치료제도 등장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