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5저(低)·2고(高)시대와 은퇴 설계

신상건 기자I 2013.09.04 06:00:00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걱정하면 지고 설레면 이긴다.”

얼마 전 한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한 말이다. 왜 걱정을 하는가? 큰 게임이나 행사를 앞두고 준비가 안 됐거나 덜 됐기 때문일 것이다. 왜 설레는가? 나름 준비를 잘해서 이번에 한번 잘 해보자는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계 대형은행 HSBC가 몇 년 전 22개국 성인남녀 2만 4000명을 상대로 “당신은 은퇴라는 단어에서 무엇을 떠올리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려움, 외로움, 지루함’이라고 답했지만, 선진국 사람들은 ‘자유, 행복, 만족’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무엇이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었을까? 이 또한 준비된 은퇴와 준비 안 된 은퇴의 차이일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빠른 속도로 ‘5저(低)·2고(高)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5저 2고는 ‘저성장·저물가·저자산(부동산) 가격·저고용·저금리’와 함께 ‘고령화·고소득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이때 저성장과 고령화 등은 모두 금방 이해가 가지만 저성장이라면서 고소득으로 간다는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경제가 벤치마크로 삼아야 하는 나라는 제조업이 강한 산업구조 면에서나 인구 면에서 보나 강소국이 아니라 강대국(强大國)인 G7국가라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G7국가의 1인당 소득이 1만달러에서 4만달러까지 가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27.4년. 1만달러 증가하는데 평균 9년 정도 걸렸다. 우리나라는 1인당 소득 1만달러(1995년)에서 2만달러(2007년)까지 가는 데는 12년이 걸려 G7 평균보다 3년 정도 늦었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마이너스 성장에다 환율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2007년에다 9년을 더한 2016년이면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이은 위기의 여파로 좀 더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4~5년 후면 우리나라도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새겨야 할 일은 은퇴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은퇴준비가 빠를수록 복리(複利)효과 등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정신적 여유와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고령화와 고소득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된다면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 안정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으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총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더 하락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현재 4만달러 이상)과 부동산시장과의 관계 등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비중은 현재의 70% 안팎에서 적어도 60% 초중반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는 투자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저성장·저물가시대에는 저금리·저수익을 동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산의 상당 부분을 예·적금 또는 연금과 보험처럼 저수익이지만 원금손실 위험이 없는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착실하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비과세 등 절세혜택이 있는 금융상품을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저금리시대에는 절세가 적잖은 수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고수익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낮은 수익의 안전자산에 대한 저축만으로는 은퇴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저금리로 금융자산을 굴릴 곳이 없는 돈이 몰리면서 고위험·고수익시장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것이다. 특히 20~40대의 젊은 연령대라면 국내외 주식 또는 주식형 펀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려놓아야 노후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다. 젊어서의 투자 실패는 회복이 가능할 뿐 아니라 또 다른 투자기회를 줄 것이다.

필자의 지인이 외국계 회사에 근무할 때의 경험 한 토막. 미국인인 회사 대표가 60세에 조기 은퇴하기로 했다. 은퇴하는 자리에 모인 임직원과 가족, 친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순간을 60년이나 기다려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필자를 포함한 여러분은 은퇴할 때 과연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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