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원순시장, 지방선거용 선심성 접어야

논설 위원I 2013.08.28 07:00:00
‘곳간 비상’에 처한 서울시가 경제성 없는 사업에 수천억원을 펑펑 쓰고 있다면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다. 재선을 노리는 박원순 시장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위해 지역의 민원을 들어주는 꼴로 선거 선심용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들 사업 대부분이 자치구가 자체 추진하고 있는 지역 개발 프로젝트들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 25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서울시 산하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이하 센터)의 ‘2013년 8월 서울시 지방재정 투·융자심사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경제성 분석이 가능한 총 15개의 사업 가운데 60%인 9개 사업의 비용 편익(B/C)비율이 ‘1’ 미만인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음에도 4000여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들을 강행하고 있었다.

센터가 사업의 B/C 비율을 0.44로 평가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무시하고 지난달 4일 동대문구 서울약령시를 한방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고 465억2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식이다.

서울시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 공적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빚이 27조 원에 이르고 정부가 요구하는 2300여억원의 무상보육 예산이 없다고 버티고 있는 판이다. 박시장은 평소 서울시 부채를 임기 내 7조원 이상 줄이겠다고 공언까지 해왔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된 개발사업에 수천억원의 돈을 퍼부겠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다른 속뜻이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심성 행정은 얼마전 박시장이 느닷없는 대규모 경전철 건설사업 카드를 꺼내들면서 시작됐다. 그때도 시민들이 지방선거를 앞둔 박시장의 선거용 사업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보냈는데, 무상보육 광고 논란에 이어 이번 지역개발 사업까지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듯한 동선은 향후 내년 지방선거 직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서울시의 사업은 선거 때 득표용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박시장도 전임 오세훈 시장의 사업들을 이런 저런 사유를 들어 보류, 취소했다. 근거는 정치적인판단이었지 시민을 위한 사업들이 아니었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시의 사업은 어디까지나 시민 편의와 경제성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박시장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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