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를 파는 사람들]②대기업 임원 연봉 부럽지 않은 '수입차 딜러'

김자영 기자I 2013.08.09 06:32:01

기본급 100만원대에 능력제 인센티브, 대기업 못지않아
독일차 딜러 인기..판매왕 되려면 100대 이상 팔아야
내부 경쟁 과열로 딜러 마진폭 줄어 '고충'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연봉을 정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S그룹 임원 부럽지 않죠. 개인 비서만 10명 가까이 됩니다.” 한 수입차 딜러 영업 부장의 말이다.

수입차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커지면서 수입차 딜러 영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본급은 100만원대로 아르바이트 수준이지만 한 달에 5대 이상만 팔아도 대기업 초봉인 4000만원대는 쉽게 뛰어넘고 억대 연봉을 받는 것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입차 브랜드들이 영업력 강화를 이유로 영업사원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내부 경쟁이 과거 어느때보다 치열해졌다는 전언이다.

◇ 수입차 판매왕 연봉 ‘대기업 임원’ 수준…딜러 사원 모집에 ‘석·박사’까지

수입차 영업사원들은 회사로부터 100만원의 기본급과 함께 자신이 판매한 차량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따로 받게 된다. 차 1대를 팔았을때 영업사원에게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대 차량 가격의 5% 수준이다. 차량 모델이 비싸질수록 마진율이 높아지며 1년에 60대 이상만 팔아도 대기업 과장 연봉을 너끈하게 받을 수 있다.

A사에서 5년째 딜러를 하고 있는 이준석(34·가명)씨는 “매달 5~10대씩 꾸준히 팔면 현대자동차(005380)삼성전자(005930)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다”며 “매달 더 팔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본급과 인센티브외에도 차 보험과 할부금융 등을 소개하면 일정 부분 수수료를 딜러가 받게 되지만 비중이 크진 않다.

요즘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잘 나가는 독일 브랜드 삼형제인 BMW, 벤츠, 아우디에서는 1년동안 150대 안팎으로 팔아야 판매왕에 오를 수 있다. 연 100대 이상을 파는 상위권 딜러의 경우 억대 연봉은 물론 10억원 이상을 버는 주요 대기업 임원의 연봉을 넘나든다. 1년간 100대 이상을 팔기 위해서는 영업 대상에 들어가는 고객만 수천명에 달해 개인 비서를 여러명을 두는 경우도 많다.

B사의 한 판매왕은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판 뒤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며 “회사에서도 비서를 붙여주지만 별도로 개인 비서를 5명 이상 더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입차 딜러들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유학파나 석·박사 학위자들도 딜러 모집에 모여들고 있다. 10~15년 전만 해도 고졸자나 전문대 출신이 많았지만 최근 4~5년사이에는 소위 말하는 ‘스펙’ 좋은 지원자들이 늘었다.

◇ 딜러도 독일 브랜드가 ‘인기’…“내부 경쟁 과열”

매달 수입차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BMW와 벤츠, 아우디 등은 영업 사원들 사이에서 인기다. 독일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서 대세가 되면서 영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강남쏘나타, 강남그랜저로 중산층의 사랑을 받은 렉서스는 한때 ‘딜러 사관학교’라 불릴 만큼 영업사원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판세가 독일차로 넘어가면서 영업 네트워크가 강한 딜러들은 대부분 독일 브랜드로 옮겨갔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한때 렉서스, 혼다 등이 베스트셀링카에 오르던 시절에는 영업사원들도 일본 브랜드를 서로 들어가려 했다”며 “하지만 일본차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면서 잘 나가는 직원들이 모조리 떠나갔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브랜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부 경쟁 과열로 영업사원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한 지점의 직원이 배로 늘며 각 직원들의 영업입지가 좁아지는가 하면 각기 다른 딜러사에게서 받은 견적서를 비교해가며 할인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입사한 지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직원들도 수두룩하다. 명품을 판다는 화려함에 이끌려 발을 들였다가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

C사의 5년차 한 영업사원은 “입사했을 당시 지점 영업 사원이 25명이었는데 현재는 50명이 넘는다”면서 “수입차 시장이 커졌지만 영업사원들도 늘어 개인 판매량은 정체되고 할인 요구만 많아져 마진이 크게 줄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대중화된 브랜드들의 딜러 마진이 크게 줄자 일부 영업사원들은 상대적으로 딜러간의 경쟁이 적은 포르쉐나 페라리, 마세라티 등 최고급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는 기본급이 아예 없지만 딜러들의 마진이 높아 1년에 10대만 팔아도 고액 연봉이 가능하다.

한편 수입차 브랜드들은 영업사원이 급격히 늘면서 교육을 강화하는 등 서비스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아우디 공식 딜러사인 참존모터스는 지난달 1일부터 24일까지 약 4주 동안 트레이닝 센터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인 ‘CMBT’를 진행했다. 아우디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개인의 비전을 명확히 하고 제품, 영업노하우, 금융에 이르기까지 영업 전과정에 대해 강의를 했다. BMW의 공식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 역시 고객서비스 전문가를 채용해 다양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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