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격화되는 '사이버 해킹' 논란..우리는 뭘하나?

염지현 기자I 2013.07.03 06:02:02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작년부터 걸핏하면 국제 뉴스 1면을 장식한 기사가 있었다. 바로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 해킹 공방이었다.

발단은 미국이었다. 작년 10월 미국 하원에서는 중국 화웨이와 ZTE 등의 통신회사를 맹비난하며 미국 기업들에게 거래하지 말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 정부가 자국 IT장비업체들이 미국에 판매한 통신기기에 접근해 미국의 기밀을 빼간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국제뉴스는 미국 측 대변인이 중국을 비난하고, 곧 중국 측 대변인이 항변하는 구도로 반복됐다. 그러다가 최근 한 전직 CIA 요원의 폭로로 정반대의 양상이 연출됐다.

에드워드 스노든이라는 전직 CIA 요원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그간 광범위한 해킹을 저질렀다고 폭로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가 ‘프리즘‘이라는 인터넷 정보 수집 프로그램이 중국을 표적으로 삼고 주요 대학과 정부 전산망을 털었다고 주장한 이후 중국 정부의 대(對) 미국 비난전은 연일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제는 유럽연합(EU)까지도 비상이 걸린 사이버 안보 논란을 보면 우리가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3월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을 받은 후 국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컨트롤 타워를 자청한 청와대가 3개월 만에 해킹당해 전산망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국가 사이버 안전 대책이 전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충격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을 대응하는 방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누가 공격을 했는지 범인 색출 작업에 더 공을 들이는 것은 물론 사이버 공격의 파장을 과소평가하는 자세가 그러하다.

사이버 해킹은 모든 네트워크가 전산망으로 구축된 현대 사회에서 자칫하면 나라의 기간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개인의 비밀번호 유출, 사이버 금융사기 등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6월 해킹 때도 정부가 오전에 ‘관심’ 단계의 경보를 발령할 정도로 사전 징후가 뚜렷했지만 제대로 막지 못해 결국 오후에 ‘주의‘ 단계로 격상시킬 때까지 피해를 키웠다. 안일한 대처였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안보 위협에 맞서 보안 관련 전문 인력을 대폭 늘리는 등 전 방위적인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왜 최근 들어 인도와 독일, 이스라엘 등이 사이버 전담 조직의 덩치를 키우고, 방어 능력을 보강하는 지 관심을 갖고, 작년 유엔 군축연구소 추정으로 중국의 3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우리의 사이버 전문 인력을 양성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의 뒤쳐져 고립된 갈라파고스 섬 현상이 21세기 사이버 상에서 재현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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