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하루 식비 400원, 우리가 무슨 마법사야?”
지난 26일 정오께 서강대 정문 앞. 서강대 청소노동자들이 빗자루를 내려놓고, 피켓을 집어 들었다. 시험기간 도서관에 있어야 할 학생들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식대 400원이 말이 돼?”라고 적힌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 달 식대를 1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것.
지난해 말 용역업체와 노조의 임금협상 결과, 올해 임금으로 시급 5000원과 한달 식대 1만원이 책정됐다. 여기에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이들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다.
1인 시위에 참여한 청소노동자는 “지금 월급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다”며 “넉넉하지는 않아도 된다. 최소한 살 수 있을 만큼만이라도 임금을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1년 홍대 청소노동자 파업으로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알려지고 2년이 흘렀지만, 이들의 처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데일리가 29일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의 청소노동자 근로실태를 조사해본 결과 이들의 한 달 임금은 90만~13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식대와 주말특근, 교통비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단체협약을 체결해 상황이 조금 낫다는 연대와 이대, 홍대 등 8개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5700원, 식대 7만원을 받는다. 주말과 야간 특근 등을 포함해도 1달에 약 110만원 정도가 입금된다.
전문가들은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간접 고용 형태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대부분 대학들은 용역업체를 통해 이들을 고용한다. 매년 업체가 학교와 근로자 공급 계약을 맺고, 업체는 노동자와 임금 계약을 맺는 형태다. 때문에 용역업체는 대학에, 대학은 업체에 책임을 돌리며, 중간에 낀 청소노동자들만 열악한 처우와 해고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은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비용문제를 꼽는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직접적인 경비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라며 “등록금은 내리라고 하는데 청소노동자까지 직접 고용할 여유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청소노동자 63명 전원을 직접 고용한 서울시립대에 따르면, 직접고용으로 추가로 들어간 비용은 없다. 시립대는 이들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며 130여만원이던 급여를 153만원으로 올렸다.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관리비를 급여로 전환하면서 추가 비용 없이 급여를 올릴 수 있었다.
시립대 관계자는 “그동안 청소노동자 1명당 급여의 20% 정도를 용역업체에 관리비로 지급했는데 이를 급여로 전환해 비용이 더 나간 부분은 없다”며 “비용문제보다 학교가 노조와 직접 협상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또한 “학교 측에서 이들을 직접 고용하면, 2년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동일노동을 할 경우에는 정규직과 임금차별을 두면 안되지만,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비교 대상이 없기때문에 임금체계를 따로 두면 된다. 서울시에서는 직접 고용했더니 중간 용역업체를 통해 나갔던 경비가 줄어 임금이 더 절약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류남미 공공운수노조 비정규전략조직국장은 “대학 측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기 싫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근로 조건 개선 요구를 하면 대학은 용역업체에, 업체는 대학에 책임을 미룬다. 업체와 대학 간 핑퐁게임에 청소노동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