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15학점 따기' 가능할까

최선 기자I 2013.04.24 06:04:57

한 학기동안 전체 병사 중 1.3%만 학점취득 중
軍 지원은 시간당 540원 PC이용료에 불과

지난해 11월 서울 국방부 내 근무지원단 사이버지식 정보방에서 장병들이 컴퓨터교육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최선 기자] 지난 2007년 7월. 국방부는 복무중인 병사들이 부대 안에서도 재학 중이던 대학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군복무 기간에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고 연간 6학점까지 딸 수 있게 한다는 획기적인 발상에 학생들은 큰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올해 1학기에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병사는 5219명에 불과하다. 전체 병사 45만여명 중 85%가 대학을 다니다 입대한 점을 감안하면 대상자 가운데 1.3%만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 순수 온라인강의 없거나 등록금 수입 감소로 기피

군복무중 학점 취득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이유는 대학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현재 병사들을 위한 온라인 강좌를 열고 있는 대학(전문대·사이버대 포함)은 93곳이다. 전국 대학 363곳 중 25.6%에 불과하다. 수도권 대학들의 참여율은 더 저조하다. 참여 대학 93곳 중 서울 소재 일반 4년제 대학은 건국대, 광운대, 한성대 등 6곳에 불과하다.

참여에 소극적인 대학들은 100% 온라인 강좌로는 교육효과를 확인할 수 없어 학점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군에서 학점을 따버리면 대학의 등록금 수입이 줄어든다는 점도 참여율이 낮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대학 참여 위한 유도책 없어…병사에게 비싼 학비도 문제

온라인 강좌 하나를 개설하려면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도 대학들이 머뭇거리는 이유다. 이처럼 걸림돌이 많지만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참여하지 않는 대학을 제재하거나 참여 대학에 인센티브를 줄 어떤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병사들의 참여율이 낮은 것도 문제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광진 의원(민주통합당)은 “지난해 조사 결과 병사들의 일평균 PC사용시간은 10분도 안 됐다”며 “정책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군대 내 학습여건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병사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사용료(시간당 540원)를 지원하는 게 전부다.

수업료도 장병들의 월급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다. 3학점 수업을 들을 경우 국립대 학생은 6만원, 사립대 학생은 15만원을 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병사 1명이 한 학기에 5학점, 복무기간 중에는 최대 15학점을 취득하도록 이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렇게 앞뒤로 꽉 막힌 난맥상을 풀 아이디어는 없는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7년 군대에서 수강한 수업을 학점으로 인정하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했지만 대학교육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대학의 참여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방부가 우수 참여대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공을 국방부로 넘겼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를 학습시간으로 정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만 언급하며 뚜렷한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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