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19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대선 후보 경선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부 갈등이 지루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둘러싼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주자 간의 견해 차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중심으로 개편된 당내 세력 구도와 비박 주자의 미미한 지지율로 인한 ‘권력차’ 때문에 대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룰 변경해도 이기는데 왜 안하냐”
박 전 위원장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의원 등 비박 주자를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지지율) 2~3% 나오는 분들이 53% 나오는 사람을 어떻게 이기겠다고, 이렇게 제도와 룰을 바꾸(자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지지율이 현격하게 차이나는 상황에서 비박 주자들이 ‘불량한 마음’으로 ‘정치 도박’을 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친박계 의원인 윤상현 의원도 17일 작심한 듯 비박 주자를 몰아붙였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솔직히 말해 지금 대선 구도는 박근혜 대 마이너 리거의 싸움이 아니라 박근혜 대 안철수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빠진 오픈 프라이머리는 그 자체가 웃기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의 당내 갈등에 대한 친박계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는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친박 의원의 대체적 의견”이라고 확인했다.
실제 박 전 위원장과 비박 주자 사이의 지지율은 현격하게 차이를 나타낸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대선 후보 다자 구도에서 박 전 위원장은 42.8%의 지지를 얻어 여야를 통틀어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다. 반면 김 지사는 2.8%, 정 의원은 2.5%, 이 의원은 0.9% 순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최고위원과 윤 의원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은 이같은 지지율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박 주자들도 ‘힘의 차이’를 인정한다. 김 지사의 대리인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당이 이른바 박근혜 계열로 일색화 돼 있다”며 “지금 현행 룰대로 가면 하나마나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박 주자에게 현행 룰대로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추대하기는 싫고 민주적인 경선을 통해서 선출됐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들러리를 서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박 주자들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해도 박 전 위원장이 이길텐데 왜 안 하려고 하느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예선 성대하게 치러야 본선 경쟁력”
비박 주자들은 다만 예선(당내 경선)을 성대하게 치러야 본선(대선)에서 경쟁력이 있지 않겠냐고 외치고 있다. 민주당이 당내 경선에 이어 안 원장과 단일화를 통해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는데, 그에 비해 새누리당 경선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한 승리의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김 지사의 측근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뻔한 경선이 아니고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언론과 국민에게 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박 전 위원장의 모노 드라마가 아닌 국민 드라마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박 전 위원장이 하루빨리 후보 등록을 하고 당내 경선의 ‘무대’에 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두달 가까이 입을 다물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비박 진영의 입장에서 당내 세력을 키우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며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여론을 등에 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박 주자들이 진정으로 대선 후보가 되려는 의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당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