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악재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미국 더블딥과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 유럽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 등 익숙한 악재들이 합세해 시장을 공포로 빠뜨렸다.
전세계 위험자산들은 모조리 동반 추락했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덩달아 달러화도 반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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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원유 가격이 함께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에 속하지만 골칫덩이가 되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도 함께 떨어졌다.
4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512.76포인트, 4.31% 추락한 1만1383.6으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136.68포인트, 5.08% 떨어진 2556.39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0.27포인트, 4.78% 낮은 1200.07로 끝냈다.
3대 지수 모두 연간수익률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지난 5월에 기록했던 전고점에 비해서는 11% 이상 하락했다.
미국보다 앞서 마감된 유럽증시에서도 범유럽지수인 Stoxx유럽600지수는 전일보다 3.3% 하락한 243.56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영국의 FTSE100지수와 독일 DAX지수는 3.4% 떨어졌고, 프랑스의 CAC40지수는 3.9% 내려앉았다. 스페인의 IBEX지수와 전날 금리 인하를 발표했던 스위스의 SMI지수도 3% 이상 떨어졌다.
투기자금들이 앞다퉈 빠져나가고 있는 원유시장에서도 가격 급락이 나타났다. 주식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보다 5.3달러(5.80%) 떨어진 배럴당 86.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월이후 최저치다. 하루 하락폭으로는 지난 5월5일 이후 최대다.
이날 런던시장에서 브렌트유도 9월 인도분 가격이 5.58달러(4.9%) 하락한 배럴당 107.65달러로 내려앉았다.
이탈리아 국채가격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위기 해결의 선봉장을 자임했지만, 시장 우려를 극복하진 못했다. 10년만기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21bp(0.21%포인트) 오른 6.19%를 기록했다. 그나마 스페인 10년 국채금리는 막판 회복하며 2bp 내려갔다.
◇ 美국채 `불티`..달러도 동반상승
미 채무협상 우려에도 강세를 보여왔던 미 국채는 대표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마음껏 과시했다.
이날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전일대비 15bp(0.15%포인트) 급락한 2.48%로 장을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작년 6월 이후 12개월만에 최대였고, 금리수준으로는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상대적으로 덜 내려갔던 2년만기 국채금리도 8bp나 하락한 0.26%로 사상 최저수준을 경신했다. 30년만기 국채금리도 16bp 낮은 3.74%로, 작년 10월 이후 11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특히 위험자산인 주식과 원유 가격이 동반 폭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미 국채 선호도는 더 높아졌다.
이와 함께 만기 1개월짜리 미 단기국채금리도 이날 장초반 0%에서 거래되다 마이너스(-)0.0102%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투자수요가 몰린 덕이다. 미 재무부가 채무협상 타결 이후에도 국채 발행을 늘리지 않기로 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까지 가세했고 지난달 후반부터 급격하게 빠져나갔던 MMF 자금이 다시 유입되면서 단기국채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달러화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며 강세로 돌아섰다. 6대 주요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1.84% 상승했다. 전날 74.035에서 75.015로 올라갔다. 이는 보름여만에 최고수준이다.
유로-달러는 1.4134달러까지 내려왔고, 달러-엔도 일본은행의 개입 이전에 77.04엔 수준에서 80엔 위로 올라섰고, 결국 79.02엔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