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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상품주 랠리vs금융불안` 뉴욕 혼조

전설리 기자I 2008.08.22 05:48:41

유가 5弗이상 급등→상품주 랠리
금융불안 지속→금융주 하락
하반기 경기전망 `예상보다 악화`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21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혼조세로 마쳤다.

금융불안감이 지속되고, 유가가 급반등하는 등 악재 일색의 하루였다. 그러나 장중 내내 하락세를 나타내던 다우 지수는 유가 급등에 따른 상품주의 랠리에 힘입어 장 마감을 두 시간 가량 남겨두고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촉발된 금융불안감은 여전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해외 투자자들과의 지분 매각 협상이 줄줄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금융기업들의 실적전망 하향조정도 계속됐다.

국제 유가는 급등하며 장중 122달러선을 넘어섰다. 달러 약세와 미국과 러시아간 긴장 고조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가 유가를 밀어올렸다.

경제지표는 부정적이었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 하반기 경제 전망에 먹구름을 짙게 드리웠다. 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경기는 9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는 소폭 줄었으나 고용시장이 여전히 침체 국면임을 드러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1430.21로 전일대비 12.78포인트(0.11%) 상승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80.38로 8.7포인트(0.36%)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277.72로 3.18포인트(0.25%) 올랐다.

◇유가 5弗이상 급등..때아닌 냉전기류 `불똥`

국제 유가는 급등하며 장중 122달러선을 넘어섰다.

금융불안과 함께 경기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낸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간 긴장 고조로 공급차질 우려가 빚어지면서 유가를 밀어올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5.62달러(4.9%) 오른 121.18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122.04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마감가는 지난 4일 이후 최고가. 8월 들어 하락폭을 대부분 걷어간 셈이다.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미국이 폴란드와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에 합의한 것에 대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그루지아와의 정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즉각적인 철수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양측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원유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과 러시아간 긴장 고조로 인해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2대 산유국이며, 카스피해는 주요 원유 수송로다.

머니앤마켓닷컴의 션 브로드릭 천연자원 담당 애널리스트는 "러시아는 그루지아의 주요 석유 수출항을 봉쇄하고, 유럽 천연가스 공급을 통제할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는 금융불안과 경제우려가 고조되면서 유로에 대해 지난 6월 이래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오후 4시23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1.49달러로 전일대비 1.54센트(1.0409%) 상승했다.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1.4903달러까지 올라 지난 14일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먼 등 금융주 `울상`-엑손 등 에너지주 `활짝`

리먼 브러더스(LEH)는 잇단 지분 매각 협상 결렬과 각종 루머에 휩싸인 가운데 0.1% 밀려났다. 골드만삭스(GS)와 모간스탠리(MS)도 각각 1.2% 0.9% 하락했다.
 
리먼 브러더스는 이달초 한국 산업은행(KDB), 중국 시틱증권 등과 지분을 50% 매각하기 위한 비밀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리먼은 앞서 한국투자공사(KIC)와도 협상을 벌였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리먼 브러더스의 위기설을 직접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달 크레디트 스위스에 전화를 걸어 리먼 브러더스에 대한 신용공여라인(credit line)을 철수했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그러나 크레디트 스위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고, 신용공여라인을 철회할 의향도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월가의 유명 금융 애널리스트인 라덴버그 탈먼의 리차드 보브는 보고서를 통해 "리먼은 적대적 M&A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씨티그룹은 골드만삭스와 샌포드 C. 번스타인에 이어 리먼 브러더스와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전망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국유화 논란의 주인공 패니매(FNM)와 프레디맥(FRE)은 등락이 엇갈렸다. 패니매는 10.2% 반등한 반면 프레디맥은 2.8% 내렸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주와 상품주는 랠리를 펼쳤다.
 
엑손모빌(XOM)이 2%, 셰브론(CVX)이 2.4% 전진했다. 프리포트-맥모란 코퍼&골드(FCX)도 전날에 이어 2.8% 올랐다.
 
반면 자동차주 제너럴 모터스(GM)와 항공주 UAL(UAUA) 등은 약세를 나타냈다. GM이 2.4%, UAL이 8.6% 떨어졌다.

◇하반기 경기전망 `예상보다 악화`

미국의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7월 경기선행지수가 0.7%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0.2%보다 큰 하락폭. 이로써 지난 6개월간 경기선행지수는 연율 1.8% 하락했다.

경기선행지수는 향후 3~6개월 뒤의 경기현황을 예측하는 주요 지표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 효과에 힘입어 반짝 반등했던 미국 경제가 다시 후퇴(recesseion) 국면으로 진입, `W`자 성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컨퍼런스 보드의 켄 골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경기반등이 있다면 그것은 내년 하반기일 것"이라며 "최근의 유가 하락만으로는 (경제를 둘러싼)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이 극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라델피아 제조업 경기 `9개월째 위축`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경기는 9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그러나 경기둔화세는 다소 완만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은 8월 제조업 지수가 전월의 -16.3에서 -12.7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14도 웃돈 수준이다.

이로써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는 9개월 연속 경기위축을 의미하는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점으로 이를 상회하면 경기확장을, 하회하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주간신규실업수당청구 소폭 감소

미국의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는 소폭 감소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16일 마감 기준)가 전주대비 1만3000명 줄어든 43만2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44만명도 하회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주간 고용시장이 여전히 침체 국면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가 40만명을 넘어서면 경기후퇴(recession) 징후로 해석한다.

추세를 잘 보여주는 4주 평균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는 44만5750명으로 7250명 증가했다. 이는 경기후퇴 국면이었던 지난 2001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

1주 이상 실업수당청구건수는 1만7000명 감소한 336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4주 평균은 333만명으로 6만6250명 늘어 5년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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