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혼조 마감..`엇갈린 지표`

전설리 기자I 2007.12.14 06:32:17

생산자물가 `34년래 최대폭 상승`..인플레 우려↑
소매판매 `6개월래 최대폭 증가`..경제침체 우려↓
신용우려 지속.."중앙은행들, 추가대책 논의중"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13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혼조세로 마쳤다.

이날 장중 내내 하락권에 머물던 뉴욕 증시는 장 마감을 30분 남겨두고 다우 지수가 소폭 상승 반전에 성공하면서 혼조세 마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대책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부각된 가운데 신용 우려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불안한 투자 심리는 지속됐다.
 
리먼 브러더스 실적이 월가 전망치를 웃돌고,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중앙은행들이 추가 유동성 공급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투자 심리를 크게 호전시키지는 못했다.
 
특히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고유가 여파로 34년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췄다.

그러나 11월 소매판매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할인 공세 덕택에 6개월래 최대폭으로 증가, 경제침체(recession) 우려를 덜어내면서 막판 반등을 뒷받침했다. 주간 고용 사정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3517.96으로 전일대비 44.06포인트(0.33%) 상승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668.49로 2.65포인트(0.10%)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82포인트(0.12%) 오른 1488.41로 마쳤다.

국제 유가는 2달러 이상 떨어져 92달러대로 내려섰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2.14달러(2.3%) 내린 92.25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국채수익률은 상승했다.(가격 하락)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17%로 전일대비 7.3bp 상승했다. 이는 2개월래 최대 상승폭이다. 연준(FRB)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5.4bp 오른 3.19%로 마쳤다.

◇리먼 브러더스·코스트코 `하락`-다우 케미칼 `상승`
 
리먼 브러더스(LEH)는 월가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0.7% 하락했다.
 
리먼 브러더스는 4분기 순이익이 8억8600만달러(주당 1.54달러)로 전년동기 10억달러(주당 1.72달러) 대비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1.42달러를 웃돈 수준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순이익이 2분기 연속 줄어든 것은 5년만에 처음이다. 리먼 브러더스는 모기지 관련 자산 및 증권 등에서 8억3000만달러의 상각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뮤추얼(WM)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투자 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한 여파로 2.9% 밀렸다.
 
블루칩 종목의 다른 금융주들도 하락했다. 씨티그룹(C)이 1.5%, JP 모간 체이스(JPM)가 0.8%,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XP)가 0.4% 내렸다.
 
코스트코(COST) 역시 회계년도 1분기 순이익이 11% 늘어 월가 전망치에 부합했음에도 2.3% 미끄러졌다.
 
미국 생명공학업체인 바이오젠(BIIB)은 매각 의지를 밝혔음에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으면서 23.7% 추락했다.
 
반면 미국의 저가항공사인 젯블루 에어웨이(JBLU)는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와 25% 남짓의 지분 매각을 협의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로 14.4% 뛰었다.
 
미국 최대 화학업체 다우 케미칼(DOW)도 쿠웨이트의 석유화학회사인 페트로케미칼 인더스트리가 플라스틱 사업부 지분 50%를 9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6.3% 올랐다.
 
◇11월 생산자물가 `34년래 최대폭 상승`

미국의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고유가 여파로 34년래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생산 부문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11월 PPI가 전월대비 3.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73년 8월 이래 최대 상승폭으로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인 1.8%도 크게 상회한 수준이다.

근원 PPI도 0.4% 상승, 월가 전망치인 0.2%를 웃돌았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PPI는 7.2% 상승했다. 지난 1981년 10월 이래 최대 상승폭이다. 근원 PPI는 2.0% 올랐다.

에너지 가격이 14.1% 상승, 사상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휘발유 가격이 34.8% 급등했다.

도쿄 미츠비시 UFJ 은행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크리스 럽키는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남아있다고 밝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견해는 옳았다"고 말했다.

◇소매판매 `6개월래 최대폭 증가`

미국의 11월 소매판매는 6개월래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수감사절 이후 블랙 프라이데이 주말의 실적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상무부는 11월 소매판매(계절조정)가 전월대비 1.2%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5월 이래 최대 증가폭으로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0.7%도 상회한 수준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전 부문의 소매판매가 증가세를 보였다.

자동차 판매는 1% 감소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1.8% 늘었다.

고유가로 인해 휘발유 판매가 6.8% 늘었다. 이는 지난 2005년 9월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휘발유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6% 증가했다.

식료품 판매는 1%, 의류 판매는 2.6% 늘었다.

가구 판매와 전자제품 판매는 각각 1%, 2.5% 증가했다. 스포츠, 책 등 레저 용품 판매도 2.2% 늘었다.

백화점과 일반 잡화 점포 매출은 각각 1%, 0.9% 증가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11월 소매판매로 홀리데이 시즌 전체 실적을 가늠하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11월 소매매출은 블랙 프라이데이 주말의 공격적인 할인 판매를 반영한 것"이라며 "최근 소매매출은 훨씬 둔화됐으며 12월 들어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홀리데이 시즌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주간 고용시장 개선

미국의 주간 고용 사정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주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지난 8일 마감 기준)가 전주대비 7000명 줄어든 33만3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추세를 잘 보여주는 4주 평균도 33만8750명으로 전주대비 2000명 감소했다.

반면 1주 이상 실업수당청구건수(지난 1일 마감 기준)는 264만명으로 3만8000명 증가했다. 4주 평균도 1만8750명 늘어난 261만명을 기록, 지난 해 1월 초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에 따라 고용 사정이 악화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소비가 둔화되고 있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이 고용을 유지하면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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