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26일 뉴욕 주식시장이 또다시 하락했다. 오전 장 다우 지수가 제법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역시나 서브프라임과 부동산 둔화 우려를 이겨내지 못했다. 낙폭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시장이 짓눌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2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감이라고 해석하기에는 주가의 움직임이 너무나 무겁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이 곧 반등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틀간 등장한 부동산 관련 소식은 대부분 어둡다. 5월 기존 주택판매는 월가 예상을 상회했지만 재고는 대폭 늘었다. 신규 주택판매는 월가 예상을 하회했으나 재고는 줄었다.
도무지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둘 지표 다 수치 자체가 월가 예상을 하회하고 재고는 줄었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뒤죽박죽 결과로는 주택 시장 반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美 4월 10대도시 집값은 16년 최고 낙폭을 기록했고 주택건설업체 레나는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이 와중에 등장한 6월 소비자신뢰지수의 예상 밖 하락은 부동산 둔화가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라이언 벡 앤 코의 조셉 배티파글리아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지표 결과가 주택 경기 침체 와 소비 부진을 입증다"며 "서브프라임 문제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커먼펀드의 마이클 스트라우스 매니저도 "소비자들의 지갑이 도전을 받고 있다"며 "부동산 둔화가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들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헤지펀드 우려에는 채권왕 빌 그로스까지 가세했다. 비록 최근에는 수익률 저하와 빗나간 전망으로 그 명성에 빛이 바래긴 했지만 금융시장에서의 위치를 감안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로스는 "이번 사안이 지난 1998년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던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LTCM) 사태를 연상하게 만든다"며 "지금은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만이 주목받고 있지만 수 백만채의 주택은 아직 시장의 관심권 안에 들지도 못했다"고 우려했다.
갈팡질팡하는 투자 심리는 FOMC에 대한 기다림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스미스 어필리에이티드 캐피털의 매튜 스미스 매니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확실한 진단을 내려주기 전까지 불안한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