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한복 사러 광장시장 가요"…한복의 매력에 빠진 MZ 여성들

김현재 기자I 2026.02.15 07:05:03

BTS 컴백·케데헌 등 인기에 한복 관심도↑
한복 덕질 하는 청년도…"한복 입고 외출하면 자부심"
기자가 직접 한복 입고 외출해보니 "색다른 매력 느껴"
한복 업체 15년 새 55% 폐업…"단순 유행에 그치지 않게 지원 필요"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2~3년 전까지는 결혼식에 입을 혼주 한복 구매를 위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한복을 찾는 젊은 손님들의 발걸음이 확연히 늘었어요. 특히 방탄소년단(BTS) 컴백을 앞두고는 보라색 한복에 대한 문의가 많아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운현주단에서 손님들이 한복을 고르고 있다.(사진=김현재 기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이현애(56) 운현주단 대표가 몰려드는 손님을 분주히 응대하며 말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손님 10명 모두 2030세대 여성이었다. 이들은 “치마 색감이 너무 좋다”, “저고리 자수가 너무 예쁘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한복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비슷한 시각 광장시장에 있는 금예원에서 만난 김 모(27)씨는 자신을 BTS 팬클럽 ‘아미’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BTS가 6년만에 완전체로 컴백해 설레는 마음으로 콘서트에 입고 갈 보라색 한복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딱히 드레스 코드가 정해진 건 아니다”면서도 “이번 앨범 제목이 ‘ARIRANG’(아리랑)이라 댕기 같은 전통 장신구도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했다.

45년간 한복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전통 복식 재현에 힘써 온 이홍순(64) 금예원 원장은 “요즘 한복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져 시장에 활력이 돈다”고 말했다.

케데헌·BTS컴백…젊은층 한복 관심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복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을 뿐만 아니라 BTS가 정규 5집 앨범 제목을 ‘ARIRANG’으로 선정하는 등 한류 콘텐츠가 우리 전통 문화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K팝 팬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한복을 착용하며 ‘한복 덕질’을 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한복 업계 종사자들은 이 같은 관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회성 관심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복을 주제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하며 ‘한복 전도사’ 역할을 하는 대학원생 이수림(27) 씨는 한복을 입고 외출하거나 여행하는 것을 즐긴다. 사극을 통해 한복의 매력에 빠져 ‘한복 덕질’을 하고 있다는 이씨는 “우리 고유의 의복인 한복을 입고 외출하면 자부심이 생긴다”며 “이제 한복은 내 인생이면서 자아의 일부분이 됐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금예원에서 본지 석지헌 기자가 한복을 입어보고 있다.(사진=김현재 기자)
활동성 지장 없어…“지속 관심 위해 정부 지원 필요”

여성 한복은 긴 기장의 치마 탓에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본지 석지헌 기자가 직접 한복을 입고 다음달 21일 BTS의 컴백 공연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직접 방문했다.

석 기자는 이홍순 금예원 원장의 도움을 받아 치마와 저고리, 노리개와 댕기까지 ‘풀 세팅’을 했다. 기자는 이 원장이 옷매무새를 다듬고 댕기를 달아주자 어색해했다.

‘걸을 때 불편하진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걷는 데 불편함이 없자 본지 기자는 한복을 입고 광화문 일대를 신나게 거닐고 연신 ‘셀카’를 찍었다. 그는 “한복의 색감도 너무 예쁘고, 실루엣도 평소 입던 옷들과 달라 색다른 매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활동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며 “평소 입을 기회가 없어 잘 알지 못했던 한복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업계종사자들은 한복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 한복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0년 3737개였던 한복 업체는 2024년 1668개로 55% 감소했다. 같은 시기 종사자 규모도 5253명에서 2239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홍순 원장은 “그간 한복 업계가 침체기에 빠져 ‘이대로 사장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 덕에 한복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어나는 것 같아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도록 정부에서 지원과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3일 오후 한복을 입은 석지헌 기자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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