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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강력한 대기업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법인세 누진구조가 예이다. 우리 법인세는 4단계로 구성돼 영업이익이 많을수록 세 부담률이 높아진다. OECD 국가의 경우 미국 포함 24개국이 단일세율을, 호주 등 11개국은 2단계 세율을 도입하고 있다. 세금부담 회피를 위해 심지어 기업들은 성장은커녕 기업 쪼개기도 한다.
세계에서 유일한 대기업집단지정도 문제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인 준대기업집단, 10조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돼 상호출자제한, 채무보증제한, 대규모 내부거래 의결·공시 등 67개에 이르는 규제를 받고 있다. 우리 대기업과 경쟁하는 외국기업들엔 희소식이다.
연구개발(R&D) 투자 세제지원상 역차별도 심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R&D 세제지원율 차이는 24%포인트로, OECD 국가 중 2위다. 2022년 R&D 세제지원율의 경우 OECD 평균은 21.0%이나 한국 대기업은 2.0%, 한국 중소기업은 26.0%다. 반면 미국과 독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전혀 없고 일본도 3.0%포인트 차이를 보일 뿐이다.
대기업 역차별의 결과는 답답하다. 기업 전반의 성장 동기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성장보다는 계속 중소기업으로 머물게 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양산한다. 정태적으론 중소기업 보호에 합리성이 있을지 몰라도 동태적으로 본다면 이는 기업 전반의 성장을 후퇴시킨다. 2023년 1월 대한상의 설문조사는 충격적이다. 중견기업 응답자 중 38.7%는 ‘중소기업 졸업의 단점이 크다’고 답했으며 23.6%는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희망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중소기업 특별 세액감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등 각종 혜택이 중소기업 졸업 시 사라짐에 따라 기업들은 중소기업에 안주한다. 이러한 규제들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야기한다. 괜찮은 직장이 줄어들면서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10인 미만 초소기업에 43.8%, 10인∼49인의 소기업에 25.7%, 대기업에 13.9%가 고용돼 있다.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초소기업에 30.1%, 소기업에 20.7%, 대기업에 30.6%가 고용돼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 재직자의 결혼율과 출산율 모두 중소기업 재직자보다 각각 1.43배, 1.37배 높았다. 대기업 규제로 청년층은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괜찮은 직장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이는 결혼 혹은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생산 가능 인구 감소를 초래한다. 이는 다시 기업실적 악화와 국내 투자 감소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출산율 저하의 악순환을 야기한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가 결과적으론 기업성장과 일자리 증가를 저해하면서 궁극적으로 출산율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세수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업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출산율 회복의 정답이다. 정책당국의 인식전환과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