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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코스피 상장사인 넥스틸도 희망범위 최하단에 공모가를 확정하며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대어급 기업의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 반전을 줄 흥행 종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부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14개 기업(스팩 제외) 중 5곳은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코스닥에 입성한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는 공모가(1만4000원)보다 37.64% 낮은 8730원에 마감하며 손실률이 가장 컸다.
이어 버넥트(438700)(-26.88%), 파두(440110)(-10.97%), 에이엘티(172670)(-9.8%), 시지트로닉스(429270)(-7.6%)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은 지난 6월26일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최대 400%까지 확대한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상장한 것이 공통적이다. 지난 7월 하순 상장한 기업 6개 기업 중 엠아이큐브솔루션(373170)만 유일하게 상장 첫날 122.5% 수익률을 기록했고, 나머지는 수익률이 전멸한 셈이다.
가격제한폭 변동 직후 상장한 8개 종목이 최소 두자릿수대 수익률을 찍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첫 타자인 시큐센은 상장 당일(6월29일) 공모가 대비 205% 올랐다. 장중에는 공모가 대비 293%의 상승률을 보이며 국내 증시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필에너지(237.06%), 이노시뮬레이션(133.33%), 알멕(99%) 등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상장만 하면 급등세를 탔던 공모주 시장이 빠르게 식은 것은 신규 상장일의 기대 수익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큐센이 최대 30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거두자 따따블(공모가의 400%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단계에서 이미 거품이 낀 공모가로 줄줄이 상장하자,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이는 고스란히 주가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대어로 손꼽혔던 파두가 상장 첫날 공모가(3만1000원) 대비 11% 하락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첫날 많이 오르니 비싸게 공모주를 사도된다는 분위기가 시큐센, 알멕, 오픈놀의 신규 상장 이후 나타나면서 희망범위 상단을 크게 초과하는 공모 확정가 형성에 영향을 줬다”며 “공모 확정가의 상승은 결국 주가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가라앉은 IPO 분위기도 이어질 수 없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넥스틸이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를 희망범위(1만1500~1만2500원) 중 하단인 1만1500원으로 확정한 것도 IPO 시장의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상장을 준비 중인 두산로보틱스와 SGI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조 단위 대어들도 흥행 불확실성에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고평가된 종목을 상장 전 저가에 매수한 기존 주주들과 기관투자자의 물량을 상장 당일에 매수할 신규 투자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두산로보틱스의 IPO 흥행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공모주 시장은 옥석가리기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