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했지만, 하반기 일본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수익률곡선제어(YCC·Yield Curve Control) 유연화 계획의 핵심이 긴축 전환은 아니란 판단에 더해 미·중 갈등 수혜, 일본 경제·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기대되면서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일본 주식 투자 수요를 감지하고 첫 일본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 준비에 한창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은 일본 테마형 ETF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도 일본 테마형 ETF를 검토하고 있다. 니케이225, 토픽스 등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기존의 일본 주식형 ETF 이후 처음으로 테마형이 상장되는 것이다. 일본 공모펀드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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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융완화 수정에도 “증시 상승세 지속” 전망
일본은행(BOJ)은 지난 달 28일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을 ±0.5%로 목표하면서도, 어느 정도 상회해도 용인하기로 했다.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공개시장 조작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한선은 0.5%에서 1%로 제시했다. 시장은 당초 이를 긴축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일본 엔화 강세와 증시 하락세가 나타났지만, 이내 잦아들었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이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채권 시장의 왜곡을 줄이려는 목적이란 판단에서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선진국채권부문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유연한 YCC 운영을 통해 시장 가격을 통제하던 체제에서 가격 형성 기능을 되살려 실질 금리의 유동적인 조정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추가 통화정책 조정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30년 만에 맞은 일본 증시의 활황은 이어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전망은 ‘예스’다. 장기적으로는 주요 선진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 마무리되고 엔화 가치 강세 전환 등 변화가 주목되지만, 올 하반기 일본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동반한 내수 경기 회복 △기업들의 재고·설비투자 회복 △도쿄증권거래소의 시장 개편,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자본 효율 개선 요청 등에 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을 지난 이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투자 다양해진다…“반도체·로보틱스 등 주목”
일본 주식시장이 오랜 기간 소외되면서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주를 이뤘지만, 점차 투자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에프앤가이드 기준 일본 주식형 펀드는 3개월 새 8.43%를 기록했다. 이 기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별로 ACE 일본TOPIX레버리지(H)는 27.28%, TIGER 일본TOPIX(합성H)는 11.68%, TIGER 일본니케이225는 6.55%, KODEX 일본TOPIX100은 2.51% 상승했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일본 증시는 과거에도 사이클을 타고 한 차례씩 주목받았지만, 이번 반등 국면은 구조적으로 믿음이 바뀌는 시기로 보인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미·중 갈등의 수혜 국가들 중 제조업이 강한 일본에서 상승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판단에 ETF와 공모펀드를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주목한 일본 상사 주식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새 공급망 정책의 수혜를 입을 일본의 기계, 로봇, 소부장, 반도체 기업을 유망하다고 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반도체, 로보틱스 등을 아우르는 일본의 정밀기기, 첨단 기술을 주목했다. 이미 회사의 일본 합작법인인 글로벌엑스 재팬(Global X Japan)의 일본 ETF는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 ETF 라인업을 확대해 연금 계좌를 공략할 예정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집중한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를 선보일 예정이며, 추가 상장할 일본 ETF도 검토 중이다. 신에츠, 도쿄 일렉트론, 호야 등을 담고 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엔·달러 환율 120엔대까지 엔저 효과를 누릴 것”이라며 “정책 부양 흐름도 수출 기업들에게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일본의 구조적 변화 주목…단기 변동성은 유의”
다만 단기 변동성은 유의하란 조언이다. 이도선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매니저는 “하반기에 일본 증시는 엔·달러 환율과 물가 상승 속도, 미국 제조업 회복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일본은행의 추가적인 정책 조정 방향에 따라 다소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일본의 지정학적·공급망 이슈로 인한 일본 경제, 기업 구조 전반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통화정책에 따른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수십년 만에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구조적 변화를 주목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