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민주화보상법과는 별개로 민주화 운동 관련자 9844명 중 사망자·행불자·부상자 829명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별도 법률을 통해 유공자 예우를 받는 4·19혁명, 5·18민주화 운동 참여자 외에 다른 145개 사건 관련자들도 같은 수준으로 예우하자는 얘기다. 2020년 우원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당초 자녀들을 위한 대입 특별전형 신설 등 각종 특혜를 집어넣으려다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일자 해당 내용을 삭제한 상태로 지금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선정 기준부터 문제가 많다. 반국가·반사회적 범죄자들마저 유공자로 지정돼 가족들까지 혜택을 받게 될 상황이다. 도서관에 감금된 전경을 구출하려고 들어간 경찰 7명이 학생들이 던진 화염병으로 희생된 1989년 동의대 사건, 북한과 연계한 의혹이 있는 1979년 남민전 사건, 민간인을 프락치로 오인해 폭행 고문까지 자행한 1984년 서울대 민간인 감금 폭행사건 관련자들까지 예우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공자 명단과 공적 자체를 비밀로 하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대법원이 2020년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과 공적 사항을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상식에 어긋난 판결을 내리면서다. 이 때문에 최근 국가보훈부는 ‘민주유공자법’ 대상자의 행적 확인을 위해 국가기록원에 관련 기록을 요청했지만, 역시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절 당했다. 보훈 담당 부처가 유공자 명단과 공적조차 확인 못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나.
국가안보든 민주화든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을 예우하는 일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려면 대상자를 투명히 공개하고 그 공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무리하게 이런 법안을 밀어붙이는 건 셀프특혜를 통해 운동권 카르텔을 공고히 하자는 의도가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당장 입법을 멈춰야 한다. 그래도 법안을 추진하려 한다면 명단과 공적부터 투명히 밝히고 국민 설득에 나설 일이다. 유공자 예우를 위해 혈세를 퍼붓는 국민들은 그 면면과 공적을 알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