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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연준 못 믿겠다"…하락 잊은 S&P, 4400선 돌파

김정남 기자I 2023.06.16 05:51:20

S&P 지수, 어느덧 4400선 돌파
소비 '깜짝 성장세' 연착륙 기대
"상승폭 가파르다" 과열 우려도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또 강세를 보였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강경 매파 면모를 보였음에도 투자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수세를 이어갔다. 연준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400선마저 돌파하면서 시장의 열기를 방증했다. 다만 지수가 너무 빠른 속도로 뛰면서 과열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AFP 제공)


◇S&P 지수, 어느덧 4400 돌파

15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6% 상승한 3만4408.06에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1.22% 상승한 4425.84에 거래를 마쳤다. 4300선이 주요 저항선으로 불렸는데, 불과 3거래일 만에 4400선까지 뚫었다. 440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15% 뛴 1만3782.82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1만4000선에 근접하면서 1년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S&P 지수와 나스닥 지수 모두 최근 6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81% 뛴 1889.28을 기록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 약간 약세를 보였을뿐 장중 내내 상승 폭을 키웠다. 이날 강세장이 주목 받는 것은 연준이 초(超)매파적인 면모를 보인 직후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연내 두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으나,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일단 연준이 다음달 FOMC에서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데 기울어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다음달 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25bp(1bp=0.01%포인트) 올릴 확률을 67.0%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전날 언급한 연내 추가 인상의 시기는 다음달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두 번 더 올려 5.50~5.75%까지 갈 것이라는 베팅은 오는 9~12월 회의 모두 10% 아래로 미미하다.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경우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은 강세(채권금리 하락)를 보였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627%까지 떨어졌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8bp 안팎 떨어진 수준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707%까지 내렸다. 9bp 이상 떨어졌다.

3대 지수 강세장을 이끈 것은 단연 덩치 큰 빅테크다.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포진한 애플(1.12%), 마이크로소프트(3.19%), 알파벳(구글 모회사·1.13%), 아마존(0.55%), 메타(페이스북 모회사·3.10%) 등이 상승하면서 증시 전반을 이끈 것이다. 최근 깜짝 실적을 공개한 오라클의 경우 3.50% 뛰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최근 애플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메타, 오라클 등이 3%대 급등한 것은 ‘인공지능(AI) 열풍’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빅테크주는 말 그대로 하락을 잊은 듯한 분위기다.

서튜이티의 딜런 크레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 시장의 핵심 질문은 가치주와 경기순환주가 성장주와 기술주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여부”라며 “만약 그렇다면 시장은 더 높은 지점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퍼진 이번 초강세장의 온기가 점차 시장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 ‘깜짝 성장’ 연착륙 기대

이날 나온 경제 지표들은 명확한 경기 신호를 주지는 못했다. 다만 노동시장이 점차 둔화하는 가운데 소비 강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연준이 넌지시 시사한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이같은 지표를 확인한 직후 국채금리는 빠르게 하락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6만2000건으로 전주와 같았다.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노동시장은 서서히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나온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 0.2% 감소할 것이라는 월가 예상을 뒤엎은 깜짝 성장세다. 휘발유와 자동차 등을 제외한 근원 소매판매 역시 전월보다 0.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는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버팀목으로 불린다. 소비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아직 침체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3대 지수 상승폭이 너무 가파르다 보니, 과열에 대한 우려 역시 나온다. 향후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묻지마 매수’에 나설 때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이다. 폴룬스키 베이틀 그린의 마티 그린 대표는 “연준이 필요할 경우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 몇 달간 이어진 증시 랠리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또 금리를 3.75%에서 4.00%로 25bp 인상했다. 지난해 7월 이후 8회 연속 인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비교적 직접적으로 추가 긴축 의지를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는 쉬어갈 생각이 없다”며 “다음달 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에 유럽 주요국 증시는 소폭 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13%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51% 떨어졌다. 반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34%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44% 상승한 배럴당 70.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종가는 지난 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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