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임신은 여성에게 가장 많은 신체 변화를 가져오는 시기다. 임신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부터 출산 후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산전 진찰’이다.
산전 진찰의 목적은 산모나 아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들을 선별, 진단하고 위험도를 평가하며,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파악하고 대처방법을 찾는 데 있다.
보통 산전 진찰은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진행된다. 최종 월경일을 기준으로 임신 4~5주경부터 질초음파촬영으로 아기집을 관찰할 수 있다. 시기마다 진행되는 검사의 종류는 다르다. 처음에 임신을 확인하고 난 후 기본적인 병력청취와 신체진찰, 혈액검사를 시행한다.
정상 임신의 경우 임신 28주까지 4주마다, 36주까지는 2주마다, 36주 이후에는 매주 정기관리를 시행한다. 산부인과를 내원할 때마다 임신주수를 기록하고 혈압, 체중, 태아심박동을 확인하며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 크기와 자세, 양수 양, 태동 등을 평가한다. 이외에도 임신 중 생길 수 있는 합병증, 예를 들어 두통, 시야 흐림, 복통, 오심, 구토, 출혈, 양수누출의 증상 등을 확인한다.
물론 증상 발생을 확인한 후 정말 그 증상들이 임신과 관련해 나타나는 합병증인지에 대한 추가평가가 필요하다. 그 후 합병증이 맞는 경우에는 증상의 진행, 악화 혹은 다른 예후로의 진행을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산전 감시를 하게 된다.
산전 진찰의 검사 항목도 임신 주수에 따라 진행된다. 우선 처음 방문했을 때는 혈액검사를 통해 빈혈 수치, 풍진이나 B형 간염 등의 항체를 확인하고 요분석검사 등의 초기검사를 시행한다. 또 초음파검사를 통해 아기집 크기가 주수와 맞는지, 아기집 위치 등을 확인한다.
소변검사는 첫 산전검사를 할 때 시행하고 요단백과 세균뇨를 확인하게 된다. 산전검사에서 첫 요단백검사 이후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추가검사를 하지 않는다. 임산부의 무증상 세균뇨는 치료대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김우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풍진은 어린 시절 접종을 했더라도 항체 역가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전에 항체 검사를 통해 낮거나 없으면 예방접종을 미리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만약 임신 초기에 항체가 없으면 분만 후 모유 수유 시에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부가 출산까지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계속 확인하는 검사들로 산모의 체중과 혈압 그리고 초음파검사를 통해 태아의 위치와 태아심음을 확인하게 된다.
초음파검사는 태아의 해부학적인 구조, 성장, 안녕에 대한 주요 정보를 제공한다. 적절한 적응증이 있는 경우에 시행되고 특히 임신 11~13주에 태아 목덜미 투명대 측정을 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11주가 되면 우선 태아염색체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정밀초음파, 임신당뇨병 선별검사를 시행한다. 이후에는 태아가 주수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는지, 양수량이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관찰한다. 분만 방법 중 질식분만(자연분만)을 앞두고 있는 경우는 B형 연쇄구균(GBS) 선별검사를 시행한다.
산전선별검사는 산모 혈액 내 단백질을 분석하는 모체혈청선별검사와 산모혈액 내 태아 DNA분석을 이용한 태아DNA 검사가 있다. 특별한 가족력이나 과거력이 없는 경우 태아의 신경관 결손, 다운증후군, 애드워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 같은 염색체 수적 이상 질환에 대한 선별검사를 하게 된다. 모체혈청선별검사는 11~14주, 16~18주에 시행하게 되는데 두 번의 채혈결과를 병합해 보고하는 통합선별검사와 각각 보고하는 순차적검사가 있다.
만약 선별검사에서 고위험 결과가 나온 경우 침습적 진단검사 진행을 권유받을 수 있다. 침습적 진단검사는 태아의 검체를 이용해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며 융모막융모생검이나 양수천자 등의 시술이 필요하다.
융모막융모생검은 자궁경부 또는 복부접근을 통해 융모를 채취하는 침습적검사로 임신 10~13주에 시행한다. 양수천자는 임신 15주 이후에 시행하는 침습적검사로 초음파를 확인하면서 양막을 천자해 양수를 채취하는 검사다.
임신성당뇨 선별검사는 대부분 임신 24~28주에 경구당부하 검사를 통해 시행한다. 다만 병력청취 및 신체진찰소견을 포함해 당뇨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앞서 선별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보통 분만방법을 결정하는 건 36~37주 이후이며, 분만방법은 질식분만과 제왕절개분만이 있다. 두 방법 모두 분만의 과정일 뿐, 어느 방법이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제왕절개가 필요한 상황은 선행 제왕절개술, 난산으로 인한 분만진행부전의 경우, 횡위 등의 태아 위치 이상, 태아 곤란으로 인한 경우 등이다. 물론 산모나 태아의 요인으로 인해 제왕절개분만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이미 분만 진통이 진행돼 질식분만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분만은 산모와 태아가 모두 건강한 것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임신 기간 중에도 예방접종은 임신 중 변성독소, 불활성화 또는 사멸백신의 투여는 태아 이상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백신은 임신 중에는 금기이지만 만약 임신 중 우연히 풍진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이로 인한 선천풍진증후군으로 이환된 보고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폴리오나 황열, 장티푸스 백신도 생백신이지만 위험지역에 노출됐을 때 손익을 고려해 접종할 수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백일해 유병률이 증가하고 특히 1세 미만의 영아에서 백일해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백일해백신은 임신 27~36주 사이에 접종해 모체의 항체가 태아에 전달돼 신생아 시기 백일해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게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독감접종은 불활성화 백신으로 임산부에게 임신 시기와 무관하게 접종을 권장한다.
김우정 교수는 “임신부이더라도 진단을 위한 영상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궁 내 태아에 방사선 피폭량이 5㎭(라드)를 넘지 않는다면 유해한 영향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진단목적으로 진행되는 엑스레이,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의 경우 이런 기준치를 넘지 않기 때문에 검사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엽산의 결핍은 태아의 신경관 결손의 원인이 되는 만큼 가임기 여성은 1일 0.4㎎(밀리그램)의 엽산섭취가 권장된다”며 “이전에 신경관결손 아이를 분만했거나 뇌전증약을 복용 중인 여성에서는 임신 1개월 전부터 임신 3개월(14주)까지 1일 4㎎의 엽산을 복용하면 태아 기형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