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이달 2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3조3810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SK하이닉스(000660)(9910억원), 현대차(005380)(4180억원), 기아(000270)(2910억원)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에서 7조8620억원을 순매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인식과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들은 동시에 개인의 순매도 상위에 올랐다. 올해 개인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도(-2조5120억원)했고, 이어 SK하이닉스(-9600억원), 기아(-6610억원), 현대차(-5090억원) 순으로 팔아치웠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13.38%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23.33%, 현대차는 18.01%, 기아는 28.67%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9.78%)를 모두 상회한다.
◇ 실적 눈높이 반↓차↑…“실적 바닥 기대감 쑥”
반도체 업종은 비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 속에 실적 눈높이는 지속 낮아지고 있음에도 외국인 손길을 끌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6조8233억원으로 1개월 전(22조2553억원)보다 24.41% 하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는 예상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한 달 전 4조원대였던 연간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이날 7조5481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자동차에 대해 증권가는 실적 추정치를 올려잡고 있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조154억원으로 1개월 전(9조9170억원) 대비 상향 조정됐다.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도 7조9748억원으로 1개월 전(7조7254억원)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실적 바닥 통과 기대감이 외국인 순매수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는 실적이 추가 하향 조정될 수 있지만, 컨센서스가 어느 정도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 부담이 덜해지면서 기업 이익이 회복까진 아니더라도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망이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개인의 경우 실망 매물이 출회됐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개인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16조700억원)다. SK하이닉스도 순매수 4위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29.37%, SK하이닉스는 42.75% 하락했고 코스피 변동률(-24.89%)마저 하회했다. 최 연구원은 “개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들은 실망 매물로 보인다”며 “그간 많이 매수했지만 손실이 났거나, 일부 주가가 회복되면서 손절매된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 관건…中리오프닝·美소비 지표 등 유의”
반도체와 자동차는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인 점에 유의해 접근하란 조언도 따른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사실상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글로벌 D램 등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 하락과 판매 부진이 맞물렸다. 승용차(56.6%↑) 등은 선전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 기간 최대 수출 상대국인 대(對) 중국 수출액은 66억6000만달러로 22.7% 줄었다.
최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은 반도체에, 미국의 양호한 소비는 자동차 업종에 대한 주가 수혜 모멘텀으로 작용해 국내 수출지표와 자동차 월 판매량, 미국 소비지표 등을 볼 필요가 있다”며 “연초 수출지표를 보면 자동차는 양호하지만 반도체는 물량과 단가가 같이 빠지고 있는데, 향후 수출 감소분이 둔화될 때 업황 개선 관련 주가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부터 실적 차별화가 예상되고 있다. 연간으로도 코스피 내 수익성이 2~3위 수준으로 추정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팀장은 “판매 대수 증가, 원자재 가격 하락, 원화 약세, 높아진 평균판매단가(ASP)를 감안하면 수익 추정치는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밸류에이션 저평가, 주주환원 확대 등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종 접근 시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단 의견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형적인 시클리컬인 반도체에 봄날은 결국 오겠지만, 아직은 꽃샘추위를 겪을 수 있다”며 “미국 고용과 소매, 소비자물가 등 미국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강하지만, 동시에 금리 인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으면서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