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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진박 9인회와 진윤의 평행이론

김기덕 기자I 2023.02.07 05:20:00

[생생확대경]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앞두고 윤심팔이 논란
이준석·나경원·안철수 등 갈라치기 정치 심화
새누리당 시절 계파 갈등에 총선참패·탄핵 단초
건강치 못한 당정관계…줄세우기식 정치 지양해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전두환 시대였다면 네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

서슬 퍼런 군사 독재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나올 법한 대사가 최근 노래 가사로 버젓이 흘러나왔다. 그것도 현 세대 청년들이 열광하는 대중음악인 랩 가사로. 자유 민주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탄생한 현 정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집권여당 소속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 내뱉은 가사다.

결국 논란이 일자 해당 노래 가사는 삭제됐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심히 우려되지만, 누구도 섣불리 단정하지 못했던 현 정권이 움켜쥔 무서운 힘과 그 권력의 칼을 잡고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으로 보여서다.

실제로 현 여당 내부에는 “찍히면 죽는다”는 공포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사상 초유의 집권여당 현직 대표에 대한 중징계 및 대표직 박탈, 당이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두 차례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인 3·8 전당대회 선거운동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윤심(尹心·윤석열대통령 의중)이다.

물론 정부 정책에 추진 동력을 실어주기 위해 집권여당 내부가 결집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맞지만 건강하지 못한 당정관계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비윤계 의원으로 찍힌 한 의원이 본 기자에게 같은 당 친윤계 의원들로부터 공갈에 가까운 협박과 폭언에 못 이겨 아이폰에서 녹음기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다는 고백했다. 놀랍다 못해 개탄스러울 지경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왼쪽)와 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과거에도 계파 갈등은 되풀이됐다. 물론 그 끝은 좋지 않았다. 2007년에서 2013년까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시절에는 친이(親이명박대통령)계와 친박(親박근혜대통령)계 둘로 갈라져 갈등을 겪다 2013년 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친박과 비박계로 나눠지게 됐다. 이후 박 대통령이 2015년 ‘진실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쓴 이후 20대 총선에서 ‘진짜 친박’이라는 진박(眞朴)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며 ‘진박 공천→ 옥새 파동→ 총선 참패’로 이어져 여권 분열과 탄핵 정국의 단초가 됐다. 실제로 2016년 후반 탄핵 정국에서 밀실에서 야합하며 등장한 것이 바로 ‘진박 9인회’다. 이들은 결국 다음해인 2017년 3월 10일 탄핵이 인용되면서 구심점을 상실한 쪽박이 됐다. 이는 보수여당 역사상 가장 큰 트라우마이자 현재까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현재 친윤 대 비윤 구도로 전선을 형성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는 전당대회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반윤 대표주자로 꼽히던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당원투표 100% 반영 전대 룰 개정, 나경원 전 의원을 겨냥한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의 십자포화, 최근 유력 당권주자인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윤심팔이 논쟁에는 모두 그 기저에 윤심이 깔려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물론 당정의 내밀한 관계는 그들이 가장 잘 알겠지만 ‘대통령 관저에 누가 식사를 갔다’, ‘대통령이 미는 후보’ 등 더 이상 줄세우기식 정치는 안된다. 윤 대통령이 성공을 위해 집권여당 전체가 친윤이 돼 한마음으로 뛰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대통령을 뽑은 건 국민이다. 그들만의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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