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받고 체포돼 총살 당한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이 작품은 일본에 라이선스가 수출되며 글로벌 뮤지컬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초연과 재연을 거치며 서사와 캐릭터에 변화를 줬던 ‘마타하리’는 이번 프로덕션에서 전설의 무희 마타하리가 아닌 평범한 행운이 허락되지 않았던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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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당시 무대예술상을 휩쓸었던 ‘마타하리’의 무대는 전쟁의 잔혹함과 화려한 도시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재현한다. 특히 춤과 의상의 변화와 함께 점점 마타하리로 완성돼 가는 장면에서 전시 상황을 보이스로 교차하거나 전쟁이 빼앗아 간 평범한 일상을 반복되는 무대전환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극의 서사를 이끄는 유기적 장치로 기능한다. 마가레타의 자아가 추가된 만큼 초·재연에 비해 한층 미학적이고 상징적인 연출이 가미된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이전 버전에 수정된 서사와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다소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설정과 장면이 오히려 극의 용량을 초과하는 점은 아쉽다. 예를 들어 펭르베 장관이 1인 2역으로 연기하는 사회자 역할은 기능이 모호하고, 한층 진지해진 서사 중간에 등장하는 쇼뮤지컬 요소는 결이 튄다. 본 서사와의 연계 없는 액자구성도 쉽게 와닿지 않는다. 또한 마가레타와 마타하리 캐릭터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불편한 이야기’와 ‘내 맘을 조심해’ 넘버에서 정보의 양을 줄이고 좀 더 간결하게 연출됐다면 좋았을 듯하다.
초연과 재연에 이어 마타하리를 연기하는 옥주현이 아픔을 딛고 일어선 강인하고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뮤지컬에 첫 도전한 솔라는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진 순수함을 연기하며 성공적으로 무대에 안착했다. 마타하리의 평범한 행복을 되찾는 열쇠, 아르망 역에는 윤소호, 이홍기, 김성식, 이창섭이 두 명의 마타하리와 합을 맞춰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시대의 비극이 응집된 라두 역은 최민철과 김바울이, 마타하리의 옆을 든든히 지키는 안나 역은 최나래와 한지연이 연기해 극의 탄탄함을 더한다.
다시 돌아온 뮤지컬 ‘마타하리’는 화려한 무희의 모습 뒤에 자신을 숨겨 치열하게 살아 남은 한 여인의 삶, 그녀가 꿈꾸었던 가장 평범한 자유와 행복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8월 15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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