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폭풍속 경제운용, 기본으로 돌아가라

송길호 기자I 2022.04.13 06:15:00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지금의 한국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 사태로 경제회복이 더딘 가운데 생필품가격마저 크게 오르고 있다. 한때 10%에 달하던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이제 1%대까지로 추락해 있고, 그마저도 ‘고용 없는 성장’이 대세다. 여기에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오래된 고질병처럼 심각한 상태이다. 세계 경제여건 또한 좋지 않다. 자국우선주의가 확산되면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의 애로와 차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해답은 경제의 기본에 충실한 전략 및 정책 추진에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경제운용은 경제논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과 창의, 경쟁원리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시장경제 기능을 원활하게 작동시켜 나가야 한다. 아울러 수요와 공급의 원리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작금의 부동산시장 과열현상과 과다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비용편익분석과 효율성에 바탕을 둔 정책운용을 함으로써 생색내기 및 퍼주기식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이런 큰 그림 아래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를 몇 가지 적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젊은이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마음껏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우주산업 등 미래 유망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제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투자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관련된 사례를 들어보자. SK하이닉스는 120조 원을 투자해 용인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는 방침을 2019년 2월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예외로 인정받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는 데만 2년 반의 긴 세월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토지 보상을 둘러싼 주민 반발에 땅 매입 문제도 난제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투자가 지연되자 결국 SK하이닉스는 플랜B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우수한 인재양성과 인재의 효율적 활용에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에게는 우수한 인력이 가장 유용한 자원이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창의적인 능력을 지닌 양질의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 또 직장과 연구실에서 획득한 특허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수한 두뇌와 기술 유출이 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첨단기술과 우수 인재를 빼가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얼마 전에도 삼성전자 현직 직원이 반도체 핵심기술을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발생해 산업계를 경악시켰다. 아울러 유능한 인재의 자발적 직장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재택근무, 원격근무, 탄력근무 등 유연한 근무제도를 활성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갈등 해소와 사회통합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은 우리 사회의 통합과 소통을 가로막고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자칫하면 우리 경제사회의 시스템을 붕괴시킬 우려마저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긴히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통합과 포용, 그리고 협력과 상생이다.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기업과 근로자, 그리고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되는 동반성장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 양극화 완화와 중산층 육성을 위한 정책도 내실있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 가운데서 한강의 기적을 창조했으며, 전 세계 유례없이 IMF 관리체제를 최단 시일에 벗어난 전례를 지니고 있다. 지금의 경제 빙하기 또한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상호 협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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