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로보어드바이저 헤이비트를 운영하는 이충엽 업라이즈 대표는 꾸준한 투자유치의 비결로 이같이 말했다. 2018년 출범한 업라이즈는 올 1월 카카오벤처스와 크릿벤처스 등 기존 및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100억원 규모 시리즈C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2019년 카카오벤처스와 신한벤처투자 등에서 시리즈A, 2021년 해시드와 K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누적 투자금은 총 460억원이다.
|
이충엽 대표가 강조하는 헤이비트의 차별점은 디지털 자산 예치 상품을 로보어드바이저 기법을 활용해 선보인다는 점이다. 주식투자 등 기존 금융사는 환경 및 상황에 대한 예측 등 정성적 판단으로 투자한다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수학 통계적 기법으로 설계한 퀀트 알고리즘을 원리로 한다. 이 전략으로 헤이비트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20조원 넘는 거래액을 기록했다.
이충엽 대표는 “전통 투자시장에는 가치평가 기준이 있지만, 디지털 자산은 이론 정립이 덜 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성적으로 접근하긴 무리다”며 “디지털 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지만, 보유 시간이 짧으면 이를 줄일 수 있다. 숏텀에서 확인 가능한 통계를 얻어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가격이 효율적으로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순간마다 파악했을 때 곧 회복되는 비정상적인 흐름이 있다. 이를 분석하고 통계적 우위를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라이즈는 중개 위주 기존 투자 플랫폼과 다르게 D2C(소비자 직접 판매) 방식으로 고객과 직접 소통한다. 관건은 신뢰를 얻는 것. 기존 금융사들은 정부가 규정한 라이선스를 확보해 최소한의 전문성을 증명하지만, 디지털 자산 분야에는 그런 라이선스가 없고 시장 구조가 복잡한 데다 로보어드바이저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업라이즈는 적극적인 인터뷰와 정부 지원 프로그램 선정, 금융기관·정부 주관 상 수상, 투자 전략 공개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며 고객을 설득했다. 투자 방식과 가치를 쉽게 이해하도록 유튜브를 활용하는 등 콘텐츠 마케팅도 펼쳤다. 그는 “사기꾼 많은 이 시장에서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어나가면서 고객들에게 수익과 가치를 전달하려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줬다”고 터놓았다.
◇ 제도권 편입 대비 자격증 확보…투자 상품·전략도 다각화
업라이즈는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비해 자회사 이루다투자를 통해 투자 일임·자문업 자격도 확보했다. 기존 금융권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고객 자산을 대신 운용하려면 라이선스가 필요하지만 디지털 자산은 아직 적용받지 않는데, 정책 변경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루다투자는 채권·주식 등 글로벌 전통 자산 상장지수펀드(ETF)에 자동 분산 투자하는 로보어드바이저업체로, 최근엔 하이자산운용과 함께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하이웰로에버그린 EMP펀드’를 출시했다.
시리즈 모든 단계에 투자해온 카카오벤처스는 미래 성장 동력을 쌓아나가는 업라이즈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이사는 “국내 최고 수준의 퀀트 역량과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운용에서 시작해 저축, 보험, 대출 등으로 뻗어 가 금융 슈퍼앱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퇴직금전용계좌(IRP)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이 허용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자회사 이루다투자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 가능성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헤이비트는 전략을 다양화해 리스크가 덜한 상품과 진입 장벽 높은 디파이 상품을 상반기 내 출시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서는 직접 투자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즉각 대안으로 떠올릴 수 있는 제1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이충엽 대표는 “투자하지 않아 방치되는 자산이 많은데,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투자할 방법만 있다면 누구나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어느 개인이든 쉽고 편하게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채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