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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의 호남행은 지난달 전두환 옹호 논란 이후 22일만이다. 윤 후보는 성난 호남 민심 수습을 위한 조치였다. 다만 호남 현지 민심은 그의 사과를 두고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평가절하했다. 일방적인 사과란 주장이었다. 하지만 대선 링에 오른 윤 후보가 광주에서 직접 사과에 나서면서 향후 여권의 공격을 방어할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적 의미에서는 여권의 화력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광주 방문을 두고 정치 자작극이라는 비판에 대해 윤 후보는 “저는 쇼는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순간 사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처받은 국민, 특히 광주 시민 여러분께 이 마음 계속 갖고 가겠다”고 한 다짐했다. 호남 구애의 진정성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이튿날 호남 정치의 맹주인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를 찾아 ‘DJ정신’을 계승하고 국민통합 메시지를 냈다. 윤 후보는 “김대중 정신하면 가장 먼저 내세울 것이 국민통합”이라며 “대통령이 되셔서 자신을 힘들게 했던 분들을 다 용서하고 IMF 국란을 극복하는 데 국민 통합이라고 하는 큰 밑그림으로 국난 극복을 해내셨다”고 평가했다. 호남 방문을 격렬히 반대한 시위에 대해 윤 후보는 “저를 반대하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다 존중하고, 제가 차기 정부를 맡더라도 저를 반대하는 분들을 다 포용하고 국가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했다.
봉하마을로 이동한 윤 후보는 다시 한 번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두 분 다 통합을 강조하셨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특히 소탈하고 서민적이면서 기득권과 반칙, 특권 이런 것과 많이 싸우셨다”며 “국민 통합이라는 게 용서해야 통합도 있지만 부당한 기득권을 타파함으로서 국민 통합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두 분에게 이런 정신 잘 배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으신, 또 특히 우리 젊은층 청년세대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으신 분이고 소탈하고 서민적이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대통령이셨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방일정의 전략적 목표를 드러낸 대목이다.
비록 권양숙 여사가 화답하지 않았지만 예방을 추진한 것만으로도 반대 진영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를 먼저 취해 윤 후보가 국민통합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