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상을 겪은 이수진(가명·60)씨는 장례식장 관계자로부터 부고를 작성하러 아드님이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씨는 딸만 넷이라 본인이 가겠다고 하니 그렇다면 사위를 보내라고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아 사위가 없는 상황이라 이 씨는 난감하기만 했다. 상조회사 직원 역시 친딸이 아닌 남자 조카를 상주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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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올 5월 3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이제는 바꿔야할 의례문화-시민에세이 공모전’을 열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에세이를 접수 받아 분야별 수상자 21명을 최종 선정했다.
주제별로는 결혼식 불편사례에서는 ‘정상가족을 찍어내는 결혼식장’ 에세이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남동생 결혼식에서 이혼 후 왕래가 없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숨기려 한 일화를 소개했다. 해당 사례 작성자는 결혼식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면 ‘아버지 자리에 외삼촌 대신 누나인 자신이 앉았으면 어땠을까’하고 제안하는 내용을 담았다.
장례식 개선사례 분야 최우수상은 ‘우리는 진짜야’가 선정됐다. 비건(채식주의자)이었던 지인의 장례식 식사가 비건식이 아니었으며, 발인식 때 장례지도사의 성차별적인 발언을 조문객들이 지적했던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장례식 불편사례 분야 최우수상은 ‘슬프고도 불편했던 10월의 어느 사흘’이 선정됐다. 할머니와 누구보다 가까웠던 맏손녀로서 영정사진을 들고 싶었지만, 남동생에게 역할이 주어졌던 일화를 소재로 장례식 내내 배제당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9월 6일부터 시민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을 재구성한 스토리 카드뉴스를 발행해 온라인 캠페인을 연다. 이달 말에는 시민에세이 공모전 선정작을 우수사례집으로 묶어 발간할 예정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시대가 변하고 가족 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이에 맞는 결혼식, 장례식 문화가 발굴, 확산돼야 한다”며, “서울시는 의례의 본질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결혼식, 장례식 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