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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체코 프라하 북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돌니 포오흐르지 지역의 소도시 자테츠. 이곳은 700년 이상 홉을 재배하고 가공해온 체코 맥주의 문화를 대표하는 곳이다.맥주의 주원료인 홉은 항산화제, 에센셜 오일, 탄닌 및 알파 산, 베타 산 같은 다양한 성분으로 이루어졌다. 이중 홉 특유의 쌉쌀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산 성분이다. 양조에는 홉의 암꽃만 사용하고 홉 열매에서 추출한 노란색 가루 루풀린은 맥주를 만들 때 홉의 유용한 성분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자테츠는 인구 2만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 하지만 홉 박물관, 홉과 맥주의 사원 그리고 유명 양조장 등 3곳이 마을 안에 있을 만큼 홉과 맥주로 상징되는 도시다. 여기에 세계 5대 명품 홉의 생산지로, 전 세계 라거와 필스너 우스켈의 핵심 원료인 사츠(Saaz) 홉이 바로 이곳에서 난다.
자테츠는 옛날부터 홉을 저장하고 가공하는 대규모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창문이 많고 높은 굴뚝이 특징인 이 건물들은 현대까지 잘 보존되어 있어 매우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최근 보수를 마친 이 지역은 현재 홉 재배 전통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보에 올라 있다. 최근 오랜만에 자테츠의 홉과 맥주의 사원이 개장했다. 약 42m 높이에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홉 등대’는 이곳 방문객의 필수 관람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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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 박물관에서는 중세 시대부터 지금까지 재미있고 깊이 있는 홉에 관한 역사와 문화를 알려준다. 관람객들은 홉에 관한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시를 통해 홉 재배와 관한 해박한 상식과 인물, 소장품 등과 만날 수 있다.
홉 재배 농업과 관련된 흥미로운 소장품과 체코 홉 문화를 탄생시키고 전승해온 인물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으며 왜 자테츠가 세계 최고의 홉을 생산하는 지역이 될 수 있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특히 맥주 애호가들로부터 사츠(Saaz) 홉이라 불리는 자테츠키 체르베냐크라는 현지 품종 홉으로 빚은 자테츠 맥주도 맛볼 수 있다.
박물관 뿐 아니라 홉 포장실과 건조실 및 보관실 등을 방문, 모든 생산 단계를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화려한 체코 맥주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된다.
투어 프로그램 중 크리스탈로 만든 거대한 홉과 연금술 작업장을 둘러보고 기념 스탬프를 남긴 후, 기사의 홀에서 자테츠 주변 역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어보면 좋다. 자테츠에서만 볼 수 있는 홉 천문 시계와 양조장 레스토랑 방문일정까지 투어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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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와 올로모우츠의 천문시계가 유명하지만 자테츠의 독특한 홉 천문시계도 꼭 챙겨볼만 하다. 시계 중앙 부분에는 들판에서 자테츠 마을 사람들이 홉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모습, 맥주를 맛보는 모습 등을 표현했다. 특수한 메커니즘과 다이얼을 갖추어 시간과 태양의 위치를 알려주고 황도대 별자리나 행성의 위치, 지옥의 모습도 보여준다. 참고로 보헤미아 홉의 수호성인은 성 로렌스다.
오는 9월4일에는 자테츠 맥주 축제 도체스나가 열린다. 안전을 위해 평소보다 규모를 축소해서 진행하며 방문객들을 위해 풍부한 문화 및 음악 프로그램, 신기록 대회나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를 준비했다.
맥주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맥주 시음이다. 50개 이상 양조장이 내놓은 150여 가지의 맥주를 시음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준비됐다. 희귀한 맥주 라벨 교환하기와 발리 볼 경기, 다 마신 맥주잔들을 엮어 길게 만드는 경쟁 이벤트 등 재미있고 흥미로운 행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