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생명과학을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과학을 쉽게 썼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등의 과학 교양서를 저술했다.
[박종현 과학커뮤니케이터] 인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요즘은 일상 속에서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을 하나만 꼽아보면 바로 ‘버스도착정보시스템’이다.
버스도착정보시스템은 언뜻 보면 단순한 전광판 같은데, 알고 보면 버스에 달린 GPS 장치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아 버스의 위치를 추적하고 알려주는 장치다. 인터넷에 연결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른 채 막연하게 기다렸던 걸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기술이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버스도착정보시스템을 더욱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지도 앱이 있으면 굳이 버스정류장까지 가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버스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집 안에서 기다렸다가 버스가 오기 직전에 집 밖으로 나와서 바로 버스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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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터넷에 연결된 장치와 연결되지 않은 장치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집 안에 있는 장치들과 가전제품들을 인터넷에 연결해서 더욱 편리하게 사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거시설에서 사용되는 사물들을 인터넷에 연결해서 조성한 주거시설을 스마트홈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마트홈을 조성하기 위해 장치와 가전제품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라고 한다. 사람들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고 해서 사물인터넷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인터넷과 연결된 기기, 우리 일상 바꿔나
집안의 조명이나 세탁기, 에어컨 등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면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해 본 적 있는 가. 여름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가전제품인 에어컨을 예로 들어보자. 알다시피 에어컨은 사람이 작동 버튼을 누르거나 리모컨을 이용해야 작동시킬 수 있다.
만약 에어컨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 일기예보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아 스스로 작동되게 설정할 수 있다. 날씨가 내일부터 갑자기 엄청 더워질 예정이라면 미리 작동해서 실내가 계속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람이 명령해야 작동되는 에어컨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작동되는 스마트한 에어컨이다.
그렇다고 해서 날씨가 덥다고 무조건 작동하면 안 될 것이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실내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에어컨이 켜지면 전력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에어컨에 센서를 설치해서 실내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파악하는 것은 필수다. 실내에 사람이 있는데 날씨가 더워질 예정이라면 알아서 에어컨이 켜지는 거다. 또 실내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더 더워질 것을 대비해 더 강한 냉방을 작동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편리해지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재미를 위한 것들도 있다. 네덜란드의 조명기기 회사인 필립스가 내놓은 LED 전구인 휴(Hue)가 대표적이다.
휴는 메일주소를 등록해 놓으면 메일이 왔을 때 깜빡거리고, 페이스북 계정을 등록해 놓으면 페이스북 알림이 울려도 깜빡거리는 게 특징이다. 메일 알림과 페이스북 알림은 스마트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색다르고 독특하게 느껴진다. 특히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알림을 휴에 등록해 둔다면 조명이 깜빡이는 걸 확인하고 바로 알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이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서 스마트폰 알림을 못 듣고 알림 확인을 못 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휴의 부수적인 기능이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정이 가능해서 아무 장소에서나 얼마든지 조명을 켜고 끌 수 있다는 거다. 덕분에 거실 조명을 끄는 걸 깜빡하고 침실에 누워도 얼마든지 거실 조명을 끄고 잠들 수 있다. 물론 침실에서 나와 거실 조명을 끄고 다시 침실로 돌아오면 되긴 하지만, 침실에 한 번 누우면 일어나기 힘들다는 걸(?) 생각해보면 꽤 편리한 조명이다.
◇ 스마트홈과 사물인터넷이 바꿀 미래
이처럼 스마트홈은 하루의 일상이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는 걸 예상해볼 수 있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 머신이 미리 만들어 놓은 커피를 마시고 출근길에 나서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출근하고 있는 동안에도 틈틈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집 안의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을 작동시킨다. 버튼 한 번이면 되니까 근무에 지장도 없다. 그리고 집 안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면서 애완동물이 잘 있는지도 꼼꼼히 확인한다. 애완동물이 배고파하는 것 같다면 먹이 급여기를 작동 시켜 먹이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라면 스마트홈은 더 편리할 수 있다. 부모 없이 집에 홀로 남은 자녀가 혹시 큰 사고는 치지 않았는지, 학교에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는지 카메라를 통해 확인하고 안심하면 된다. 그렇게 하루 일을 마치면 퇴근길에 미리 로봇청소기와 에어컨을 작동시킨다. 쾌활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음악을 켜는 것도 좋다. 덕분에 집에 도착할 즈음에는 쾌적한 환경에서 하루의 노곤함을 씻고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다.
어떤가. 이 정도라면 스마트라는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멋진 집일 것이다. 앞으로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 비율이 높아질 것이기에 스마트홈에 대한 관심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건설사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최근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보일러와 조명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설 등의 각종 사물인터넷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비록 아직은 스마트홈이라고 할 만한 거주 시설은 전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지만,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