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줘도 직원 못 구해"…美 만성 인플레 우려 커진다

김정남 기자I 2021.08.06 06:00:00

''구인난 악순환'' 시달리는 미국 가게들
치폴레, 스타벅스 등도 임금 인상 대열
7월 ADP 고용 33만명…예상치 반토막
임금 등 비용 인플레, 경기 둔화 유발
일각서 스태그플레이션 관측까지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구인 광고판을 붙인 트럭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서 작은 일식당을 경영하는 사장 K씨. 그는 구인 광고를 내고도 몇 달째 직원을 뽑지 못하고 있다. 아내와 단 둘이 가게를 운영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이전에는 주급 500~600달러면 직원을 뽑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실업수당을 많이 받으니, 저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급여가 너무 올랐습니다. 한 명이 배달을 나가면 주문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배달은 거의 접다시피 했는데, 매출 타격이 크네요.” K씨의 토로다.

K씨는 근래 걱정이 또 하나 늘었는데, 바로 델타 변이가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구인난 악순환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며 “한 번 올라간 임금이 다시 내려올지 잘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만성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델타 변이 여파에 고용 회복이 더뎌지면서 임금이 오르는 건 대표적인 물가 충격으로 손꼽힌다. 이와 동시에 경기 둔화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화두까지 떠오르고 있다.

4일(현지시간)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7월) 민간부문 고용은 33만명 증가했다. 전월(68만명) 대비 반토막이 났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들어 일자리 증가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증가세가 더딘 건 정부 지원에 감염 우려까지 더해 일하기를 꺼려 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작은 식당·술집뿐만 아니다. 대형 멕시코 음식 체인 치폴레의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노동 인플레(labor inflation·임금 인상)를 겪고 있다”며 “거대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스타벅스는 오는 10월부터 직원 급여를 5~6% 올려주기로 했다. 이같은 임금 인상은 상품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임금, 원자재 등 생산비용이 올라가면서 발생하는 비용 인상 인플레는 수요 견인 인플레와 달리 생산활동을 위축시켜 경기 둔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59.9(계절조정 기준)로 나왔다. 5월 당시 70.4까지 오르며 2009년 10월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후 두 달째 오름세가 꺾였다. 크리스 윌리엄스 IHS 마킷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확장세는 추후 몇 달간 더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까지 조금씩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미국에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40~50년간 찾아볼 수 없던 이례적인 현상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공급 부족 문제는 성장을 억제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어 매우 문제가 많다(very problematic)”며 “이런 상황들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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