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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서울 한 광고회사에 다니는 20대 이 모씨는 2019년 5월 30일 1억 4700만원짜리 이우환 작가의 ‘조응’을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에서 100만원을 내고 공동구매했다. 이 씨는 “사회 초년생이라 100만원도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이우환 작품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10개월 후 작품이 되팔리고, 이 씨는 원금 포함 160만원을 받았다.
IT 기업에 다닌다는 윤우영(37) 씨는 2018년 김환기 판화를 140만원에 구매했다. 판화여서 투자 가치가 높진 않지만, 원화가 워낙 고가여서 부모님 선물용으로 판화를 선택했다. 윤 씨는 “최근 대가들의 작품은 원화뿐 아니라 판화도 워낙 많이 올라 구매를 고려했던 작품들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최근 미술시장에 적극 뛰어든 2030세대의 작품 구매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이 원화를 구매하기 어려운 대가들의 작품을 여러 명이 공동구매해 소유권을 나눠 갖는 ‘조각 투자’다. 수백만원에도 살 수 있는 판화·소품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트앤가이드는 최근 ‘조각투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전했다. ‘아트앤 가이드’의 회원수는 지난해 연말부터 크게 늘어 5월 현재 7000명을 넘겼다. 월 가입자수도 지난해 대비 5배 가량 늘었다. 이 중 2030 회원의 비중은 44% 수준. 인기에 힘입어 공동구매 플랫폼도 늘어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사 앱 ‘쏠(SOL)’에 서울옥션블루의 공동구매 플랫폼을 도입해 스니커즈, 아트토이에 이어 미술품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우리은행도 올해 미술품 소액 투자 서비스를 자사 앱 ‘우리원(WON)뱅킹’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참여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치열하다. 아트앤가이드가 올해 박서보 작가의 3억 5000만원짜리 ‘묘법 No.180411’을 100만원짜리 조각 350개로 나눠 진행한 공동구매자 모집은 시작한 지 1분 30초만에 45명이 참여하며 마감됐다. 100만원짜리 조각 520개로 진행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100만원짜리 조각 160개로 진행한 문형태의 ‘가지치기’ 공동구매 역시 각각 63명, 33명을 1분 이내에 모집했다. 쏠에서 판매를 진행한 김창열 ‘회귀’의 1000원짜리 조각 6만 5000개, 천경자의 ‘무제’ 조각 4000개도 각각 1~2분 사이 완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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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술품 구매 방식이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각투자는 아직 안정성이 보증되지 않았다”며 “중간 매개자가 실제 얼마에 작품을 구매했으며, 공동구매자 모집 가격이 적정한지 불명확하다. 공동구매시 실제 작품의 소유권에 대한 법적 효력이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