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위기를 돌아보아도 그렇다. 외환위기 전이었던 1997년 소득 상위 20%의 수입과 하위 20%의 수입 차는 3.97배였지만, 위기 후인 1998년 4.78배로 벌어졌다. 금융위기를 전후해서도 2008년 5.93배에서 2009년 6.11배로 벌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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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낳은 유동성 장세로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유무형의 자산 가치가 급등하면서 ‘벼락부자’ ‘벼락거지’도 속출했다.
이런 벌이의 차이는 씀씀이의 차이로 이어진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카드 승인 실적 등을 보면)가처분 소득이 높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소비를 억눌러야 했던 고소득자들을 중심으로 소비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보복소비’ 현상 역시 부익부 빈익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코노미(1인 가구+이코노미의 합성어)’의 저자 이준영 상명대 교수는 “저성장기에는 완전히 저가격 제품을 추구하거나 고가격의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역설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면서 “여행, 숙박 등 산업은 아직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났다 말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모든 분야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한 것도 양극화에 일조했다. 오프라인만 고집하던 명품 브랜드까지 온라인몰에 입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명품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듯 했지만, 빠른 온라인 전환을 통해 예년 수준의 매출을 금세 회복했다. 반면 중저가 식음료·공산품 등을 판매하는 소매 업체들은 디지털화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더 훼손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비교가 수월해지면서 온·오프라인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온라인화로 양극화가 심화됐다. 브랜드력이 높은 업체들은 가격(P)이 유지되는 가운데, 양(Q)이 증가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제고됐지만, 브랜드력이 낮은 업체들은 P와 Q가 모두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명품의 내수 수요는 해외 여행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어서 바닷길과 하늘길이 열리면 완화되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선 반등에서 소외된 산업, 상품, 브랜드는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는데 코로나19로 침체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