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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뚜기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약 14%(80억원) 줄어든 492억원, 삼양식품은 약 30%(80억원) 하락한 187억원으로 예상했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은 오뚜기는 약 0.3%(21억원)상승한 6476억원을, 삼양식품은 약 6.6%(104억원) 감소한 14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1분기 중인 2월 무렵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처음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사회적 불안 심리와 함께 대표적 서민음식이자 비상식량으로 꼽히는 라면 수요가 급증했다. 농심의 영업이익은 2019년 1분기 316억원에서 지난해 1분기 637억원까지 두 배 이상(101.6%) 뛰었다. 같은 기간 오뚜기도 529억원에서 572억원, 삼양식품은 153억원에서 267억원으로 각각 8.1%와 74.5% 증가했다.
이후에도 지난해 2차, 3차 재확산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이 장기간 지속하자 라면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며 평년 수준을 웃돌았다. 결국 ‘빅3’ 라면회사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2.1%, 48.7% 급증하며 3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비축용 비상식량으로서의 라면 수요가 전년만 못하기 때문이다.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식사빵, 배달음식 등 코로나19 상황이 오래될수록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다양해졌다. 반짝 부풀었던 기저효과 탓에 거품이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올해 장사가 잘 안된 것처럼 보인 영향도 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전체 라면 소비는 늘고 있지만, 비용 지출도 늘면서 영업이익이 매출 성장률에 한참 못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최근 1년 사이 밀, 소맥분, 대두, 팜유 등 라면에 필요한 대부분의 주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 단가가 높아졌다. 특히 현재 팜유와 소맥분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82%, 40%나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주요 곡물 수요가 증가했지만 지난해부터 북·남미와 호주 등 주요 곡창 지대에서 계속되는 기상 악화로 작황 부진 탓에 대부분의 곡물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 해운비용까지 오르면서 곡물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판매가에 반영해 함께 올려야 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정작 라면업계에서는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대표적 서민음식이라는 라면 특성상 함부로 소비자 가격을 올렸다가 쏟아질 여론의 뭇매를 우려해서다. 서민 실생활 장바구니 물가와도 직결된 만큼 정부에서도 라면값 인상에 대해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영향도 있다.
실제 농심은 주력제품 ‘신라면’ 가격을 2016년 이래 동결한 상태고, 삼양식품도 2017년 ‘삼양라면’ 가격 인상 이래 현재까지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오뚜기는 2008년 이후 약 13년 동안 ‘진라면’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라면업계가 내부적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내하면서, 코로나19 특수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영업이익 증가율이 둔화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곡물 등 원재료 가격 급등 부담으로 관련 제품 가격 인상 필요성에 대해 업계에서 고민이 많은 분위기”라며 “서민 음식이라는 특성상 소비자와 정부의 민감도가 높고 시장 경쟁도 치열한 만큼 과감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부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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