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수입 5대 품목 반도체 비중 확대..“수출·투자에 긍정”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통관 기준)은 지난해 2~3분기 중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해 1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12.0% 늘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늘자 1분기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순수출은 -0.2%포인트로, 3분기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입은 속보치 기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2%, -5.3%를 기록해 큰 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 1분기 두 자릿수 증가로 전환했다. 올 1분기 수입 5대 품목은 △에너지류(비중 16.6%) △반도체(10.1%) △정보통신기기(6.1%) △반도체 제조용 장비 (5.7%) △기계류(4.8%)로 조사됐다. 지난해 1분기 5대 품목과 비교하면 에너지류가 1위이지만, 석유제품 대신 반도체 제조용 장비가 순위권에 들어와 반도체 관련 비중이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 작년 말부터 제조장비 등 반도체 분야에 투자 많이 했는데 미세화 장비 등은 투자금액 규모가 커 비중이 높아졌다.
주욱 한은 조사국 차장은 “자본재 수입은 반도체 제조장비 등 기계류 및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소비재는 승용차, 가전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면서 “전체 원자재가 1분기 2%로 이제 막 플러스 전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수입 증대의 가장 큰 원인은 자본재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데 기인한다. 품목으로 따지자면 반도체”라고 설명했다.
수입이 투자, 소비를 촉진하고 이것이 다시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자본재 확대는 향후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설비투자는 6.6% 증가했다. 반도체 관련 자본재 수입이 증가하자 4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대비 30.2% 증가했다. 승용차·가전 등 내구재 수입은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은 3월이 전월 대비 2.3% 늘어 지난해 8월(3.0%)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에 수출과 수입 물량이 모두 증가세다. 3월 수출물량지수와 수입물량지수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3.5%, 11% 오른 126.27, 128.5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7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수입물량지수, 수입금액지수는 통계 작성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등..경기 하방 요인도 상존
다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등으로 인한 외부 요인으로 향후 수입과 수출 증가폭이 점차 둔화할 가능성은 우리 경기의 하방 요인이다. 한은은 성장률 하방요인으로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감소 꼽았다. 실제로 통계청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생산은 4.8% 줄었고, 광공업도 0.8% 감소했다. 반도체(4.3%) 등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자동차(-4.8%), 기계장비(-3.0%) 등에서 생산이 줄어 전월대비 0.8% 감소했다.
자동차 생산량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현대자동차·한국GM·쌍용자동차 등이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완성차 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예측에 실패한 데 더해 생산 공장이 몰려 있는 미국 텍사스, 일본, 대만 등에 지난해부터 자연재해 등이 겹쳐 공급망에 차질을 빚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2%만이 국내 공급량에 불과하고, 98%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하방요인으로 반도체 수급 문제가 꼽힌다”며 “반도체는 제작에 두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수요는 계속 있을 텐데 공급을 확 늘릴 수 없어서 일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부품 수급 차질로 자동차 관련 품목의 수출 급증도 일시적으로 약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양호한 반도체 수출 속에 석유 관련 제품과 철강·기계 등 산업재 수출이 (경기회복)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