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방문한 경기도 파주시 멕아이씨에스(058110) 본사 로비는 인공호흡기 등 출하를 기다리는 물건으로 그득했다. 김종철 멕아이씨에스 대표이사는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니 가장 먼저 부족해진 게 창고와 주차장이더라. 물건을 둘 공간이 부족해 로비까지 사용하게 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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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하게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는 멕아이씨에스는 코로나19로 퀀텀 점프한 대표 기업이다. 증권가는 2019년 매출액이 129억원에 불과했던 회사가 지난해 전년 대비 620% 이상 증가한 931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7~2019년 연속 적자였던 회사는 2020년 456억원의 영업익을 거둘 전망이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8.9%에 달한다.
벤처 1세대 기업으로 꼽히는 메디슨(현 삼성메디슨) 연구수석 출신인 김 대표는 1998년 회사를 설립한 후 20년 이상 인공호흡기와 호흡치료기 개발 한 길만 걸었다. 김 대표는 “의미있게 돈을 벌자는 마음으로 인공호흡기 개발을 시작했는데 정말 고생스러웠다”며 “인공호흡기 개발을 시작한 지 15년 정도가 돼서야 의미있는 매출이 나왔다”고 했다. 호흡 관련 장비는 기계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폐 등 신체에 대한 지식도 융합돼야 개발이 가능한 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멕아이씨에스는 올해 폴란드 포함해 개발도상국 20여 개국에서 1000억원 가까운 인공호흡기를 수주했다. 세계적으로 인공호흡기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멕아이씨에스를 포함해 약 12개로 생산능력은 연간 10만개 수준인데 반해 세계적인 수요는 8배 이상 많은 88만대 수준이다. 매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 ‘호흡치료기’ 앞세워 선진국 공략…내년 30% 매출 목표
김 대표가 생각하는 회사의 진짜 무기는 ‘호흡치료기’다. 중증형 인공호흡기는 상태가 심각한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호흡치료기는 폐질환 치료뿐 아니라 비(非)중증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로도 사용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정부는 최근 멕아이씨에스에 300대 긴급 공급요청을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인공호흡기는 기존 회사들의 진입장벽이 높아 미국 등 선진국 수출이 어렵지만 호흡치료기는 선진국도 공략할 수 있다. 이미 이탈리아와 영국에는 데모제품을 보냈고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도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는 거의 모든 매출이 인공호흡기였으나 내년에는 매출의 30%는 호흡치료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상증자를 한 것도 호흡치료기 수요 증가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 “포스트 코로나 문제없어…2025년 3천억 매출”
멕아이씨에스는 2020년 한해 코로나19 영향에 주가가 879%나 올랐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백신이 효과를 내고 코로나19가 잦아들 경우 매출 급락을 우려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알지만 저희는 뚜렷한 계획이 있다. 인공호흡기와 호흡치료기는 한번 설치가 되면 계속 소모품이 필요한데, 소모품에 대한 매출이 기계 값 대비 30~70%가 발생한다”며 “한번 설치한 인공호흡기는 쉽게 교체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익숙해질 경우 연속적인 구매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자신했다. 추후 호흡치료기에 대한 매출까지 늘어날 경우 2025년 3000억원 매출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번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고 묻자 김 대표는 ‘신제품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그동안 급격한 수요증가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있어서 R&D팀이 대체 부품 조달에 많은 시간을 썼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을 확보하게 됐으니 신제품을 많이 개발해 선택을 폭을 넓게 하겠다”고 했다. 또 밸브 등 주요부품을 국내업체가 생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밸류체인을 연결하겠다는 목표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