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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이 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난 후 관심은 차기 당권에 쏠렸다. 화두는 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당권 도전 여부였다. 애초 당내 분란을 막기 위해 이 전 총리를 추대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추대론은 빠르게 가라앉았고 우원식·홍영표 등 당 중진 의원들이 당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다자구도로 이어지는 듯했다. 이 전 총리는 당권 도전 여부에 한 달 넘게 침묵을 이어갔다.
◇이낙연 찌른 김부겸 ‘7개월 당 대표 불가론’
7월 이 전 총리가 침묵을 깨고 당권 도전을 선언하자 경쟁자인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곧바로 출사표를 냈다. 무기는 ‘7개월 당 대표 불가론’이다. 대권도전을 노리는 이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된다면 당권·대권 분리조항 탓에 임기가 7개월에 불가하기에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등에 대비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 전 총리가 당권 도전 명분으로 책임과 소명의식을 강조했기에 약점이 될 수 있었다. 또 김 전 장관은 민주당 열세 지역인 TK가 거점인 것을 강조하며 ‘영남 확장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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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대결로 굳어지는 듯했던 박주민 최고위원은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7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총리와 김 전 장관과 비교해 젊은 만큼 변화와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 최고위원의 출마로 전대 구도는 출렁였다. 친문 당원의 강한 지지를 받는 만큼 만만찮은 지지세가 있다는 게 이유다. 애초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로 4월 보궐선거 출마가 전망됐으나 당 대표 선거로 선회했다.
◇막오른 당권 레이스, 예정된 ‘무관심’
삼파전으로 압축된 민주당 당권 레이스는 7월25일 제주에서 열린 합동연설회로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탓에 당원을 집결시켜 대규모로 대회를 치르는 방식 대신 언택트 방식을 택한 탓에 예상 밖에 관심이 적었다. 현장에는 100명 이하의 소규모 인사만 참석했다. 유튜브로 현장을 생중계했으나 지켜보는 이는 적었다. 이 전 총리는 국난 극복을 위한 리더십을, 김 전 장관은 영남 확장을 통한 정권 재창출, 박 최고위원은 전환의 시대를 이끄는 젊은 당 대표론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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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을 잡고 대권까지 간다는 이 전 총리의 계획은 예상 밖 인물에 발목이 잡혔다. 7월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허위사실 공표와 관련 무죄취지의 파기환송을 받으면서다. 돌아온 이 지사는 공격적인 정책 발언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더니 결국 이 전 총리를 따라잡았다. 전당대회가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는 사이 차기 이 지사가 선명성을 무기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하늘이시여, 장대비에 연설회도 취소
언택트 형식으로 진행되던 민주당 전당대회는 기록적인 폭우와 수해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달 8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광주·전남 합동연설회는 폭우로 진행 3시간 전 급하게 취소했다. 이후 당권주자들은 피해를 입은 충북 음성군 등을 찾아 복구에 나서며 선거운동을 대신했다. 메시지도 바뀌었다. 애초 당의 비전을 놓고 경쟁하던 후보들은 수해 복구와 재난지원금 지급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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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당권주자인 이 전 총리는 지난 19일 이후 자가격리 중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코로나19 확진자와 간접 접촉한 게 확인되면서다.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으나 방역 당국의 지침상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오는 31일까지 외부 활동이 불가하다. 당권 레이스가 종반전으로 돌입한 가운데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선거운동은 SNS를 제외하면 올스톱됐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각 후보자들이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전당대회는 좀처럼 끓어 오르지 않는 중이다.
◇김빠진 8·29전대, 진행 어떻게
민주당은 온갖 악재에도 8·29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대신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해 치르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 등 당지도부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게 확인돼 당 리더십 공백 위기를 겪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자가격리 중인 후보자인 이 전 총리는 사전 녹화한 영상 송출로 참석을 대신한다. 다른 후보자 역시 대회 당일 다른 장소에서 대기하다 순서에 맞춰 무대에 오른다. 전당대회 열기가 사라진 만큼 누가 당선되든 맥빠진 승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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