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채용지원에 5700억…코로나 추경에 끼어든 일자리예산 '1.3조'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코로나19 극복을 내세운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중 일자리 관련 예산은 1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실직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예산 투입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정작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돼 ‘가성비’ 떨어지는 정책이란 지적이다. 특히 작년 예산안 편성 당시 국회가 가로막은 사업도 슬그머니 끼워 넣어 추경으로 일자리 사업을 ‘땜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합뉴스 제공

◇국회에서 막힌 국민취업지원제도…추경으로 공백 메워

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총 1조3229억원의 일자리 관련 예산이 들어갔다. 전체 추경예산 중 세입경정 3조2000억원을 제외한 8조5000억원 가운데 15.6%에 달하는 금액이다. 고용시장 피해 최소화에 6267억원, 소상공인 고용유지에 5962억원,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에 1000억원 등이다.

고용시장 피해 최소화 예산은 △청년추가고용장려금 4874억원 △취업성공패키지 797억원 △두루누리 596억원이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지난 2일 사전 브리핑에서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고 위기에 처한 이들을 케어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코로나19 사태와 직접 연관이 있는 항목은 아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기존 인력 해고 없이 청년을 뽑아 6개월 이상 계속 고용할 경우 3년간 최대 9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본 예산에만 9909억원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정부 예상보다 고용을 이어나가는 기업이 많아 지난달까지 벌써 절반 가까이 집행돼 추가로 전체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4874억원을 추경을 통해 확보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원래도 예산이 부족해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추경 얘기가 나오고 추경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포함했다”며 “직접 연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 수혜를 받고 있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올해 하반기에는 사라질 사업이다. 정부는 취성패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통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시행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50만원씩 3개월간 지급하는 저소득층 구직촉진수당 역시 국민취업지원제도로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시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취성패와 함께 추경에 담겼다.

이 밖에도 사회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에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보고 596억원을 배정하고 일자리 지원사업의 주요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에 국고 지원을 20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대책 관련 고용보험기금 지출은 6000억원 정도다. 다만 기금 지원은 정부 내부거래여서 추경 규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추경 일자리 관련 예산안

◇‘추가’경정예산인데 본 예산의 절반…“과하다”

매출이 급격히 줄며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고용유지 지원 예산은 5962억원으로 책정했다. 230만명에 달하는 저임금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영세사업장에 1인당 7만원씩 최대 4개월까지 임금을 보조해주는 사업이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대상 사업장 80만곳으로 대상으로 한 곳당 평균 120만원 정도씩 지원할 예정이다.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확실하지 않은 일자리 예산도 1000억원이다. 대구와 경북처럼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 지역 여건에 맞는 고용안정 대책을 만들 수 있도록 1000억원을 지원한다. 대구와 경북에 200억원씩을 지원하고 일반 피해지역 12곳에 50억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의 고용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부의 편성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부분이 보조금 지급에 그쳐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염병 대응 명목의 추경임을 고려하면 일자리사업에 책정된 금액이 본 예산 대비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을 역임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는 “자영업이 코로나19 여파로 올스톱 상태여서 심각한 고용 위기 상황”이라며 “파격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자영업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추경 금액이 전체 본 예산에 절반 수준으로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코로나19로 고용 수요가 급격히 쪼그라든 상황에서 돈을 붓는다고 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취성패는 법이 통과가 안 되자 급한 대로 사라질 제도에 돈을 넣었다”며 “정책 대상 입장에선 제도가 일관되게 간다는 믿음이 없으면 혼란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