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대책 마련 시급한데…글로벌 전략회의 축소한 삼성, 왜

양희동 기자I 2019.06.13 05:00:00

미·중 무역전쟁 격화..中 경고 직후 열리는 회의
메모리·시스템반도체·5G·스마트폰 등 산적한 이슈
회의 규모 최소화..CE부문, 지역별 논의로 대체
檢 삼바 수사와 연이은 임원 구속 등 영향 준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대책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IM(IT·모바일)부문을 시작으로 13일부터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매년 상반기(6월)와 하반기(12월)로 나눠 한번씩 열리는 이 회의는 DS(디바이스솔루션)·IM·CE(소비자 가전) 등 3개 부문장이 직접 주재해 각 사업부장 및 관련 임원, 해외법인장 등 수 백명이 모여 시장 동향과 사업 전략을 점검해왔다. 그러나 이번 상반기 회의는 부문장과 주요 임원 등 참여 인원이 수 십명으로 대폭 축소되고 CE부문은 아예 회의 자체를 열지 않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 동참 여부를 두고 삼성전자에 대한 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가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수사로 인해 기능이 마비되고,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어려운 국내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글로벌 전략 회의는 최소화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고동진 사장이 이끌고 있는 IM부문은 13~14일, 김기남 부회장이 총괄하는 DS부문은 20~21일 각각 이틀간 올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현석 사장이 맡고 있는 CE부문은 수원 본사 등에서 따로 회의를 열지 않고 부문장 출장 일정에 맞춰 지역별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는 IM부문은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의 출시 지연과 중국 시장 및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 확대 등을 놓고 시장 현황 점검과 사업 전략 수립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DS부문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 지속과 수요 감소에 관한 대응책, 미국 AMD와의 전략적 제휴 등 비(非) 메모리 사업 추진 방향 등이 중점 거론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삼성전자와는 스마트폰과 5G 장비 등에선 경쟁사지만 메모리 등 부품 사업에선 고객사이기도 한 화웨이에 대한 제재 동참 여부를 두고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이달 초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미국 퀄컴, 마이크로소프트(MS), 핀란드 노키아 등의 관계자를 대거 불러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거래 금지 조치에 협조한다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번 회의가 미·중 무역전쟁 관련 글로벌 이슈를 전사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지만,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는 등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檢 수사로 내부 혼란…외부 위기 적절한 대응 못할 우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수사로 인해 글로벌 전략회의마저 축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 8명을 구속했고 이 중 삼성전자 소속도 상무 2명과 부사장 3명 등 모두 5명에 이른다. 여기에 사업지원TF의 수장인 정현호 사장까지 지난 11일 검찰에 소환돼 17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법조계에선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정 사장의 소환으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의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삼성전자가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려 하는 시점”이라며 “국내 변수로 인해 삼성의 미래가 걸린 글로벌 이슈에 자칫 적절한 대응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