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의 키워드] 팔이피플과 SNS...임블리의 몰락이 남긴 메시지

김보영 기자I 2019.05.19 00:15:09

임지현 부부 직접 해명에도 계속되는 논란
팬덤과 소비자 사이...셀마켓의 한계
인스타그램 커머스 사업 전환..."보호책 절실"

패션브랜드 임블리의 대표 모델로 활동 중인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 (사진=임블리 유튜브)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한 주 간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반영한 시사 용어와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스냅타임에서 한 주를 강타한 사건과 사고, 이슈들을 집약한 키워드와 신조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매 주말 하나의 키워드를 한 주 간 발생한 이슈들과 엮어 소개 합니다.

'곰팡이 호박즙' 논란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패션브랜드 '임블리 사태'가 대표 모델 임지현(33) 부건에프엔씨 상무·박준성 대표 부부의 직접 해명에도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브랜드와 대표 부부를 비난하는 제보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임블리쏘리', '시발임블리' 등 임씨 부부와 임블리, 부건에프엔씨에 관한 제보들을 모아 올리는 sns 계정까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등돌린 팬이 안티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죠. 이번 사태에 관한 비난의 움직임도 한 때 임블리의 VVIP 고객 등 애정·충성도가 높았던 추종 소비자들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동대문에서 시작한 임블리가 연매출 1700억원의 패션 브랜드가 되고 대표모델인 임지현 상무가 팔로워 82만명의 '슈퍼 인플루언서'가 된 건 이들의 지지 덕분이었습니다. 또 '임블리'의 성공으로 수만~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SNS 1인 시장, 지금의 '셀(cell) 마켓'이 전자상거래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죠. 전문가들은 임블리 사태를 계기로 삼아 소비자와 셀마켓 사업자를 보호, 지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제도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번 한 주의 이슈, '셀 마켓'이란 키워드로 풀어봤습니다.

임블리 사태를 불러일으킨 호박즙 제품.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팔이 피플' 롤모델 임블리, 셀마켓 성공신화 쓰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의 발달로 '인플루언서'가 생겨나면서 자신의 유명세와 SNS 영향력을 발휘해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들은 자신을 좋아해 팔로우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상생활을 시시콜콜 알리고 자신이 사용, 착용하고 있는 제품,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 등을 SNS 게시글로 알립니다. 이같은 방식으로 SNS 계정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지면서 '소셜미디어 셀러' 혹은 'SNS 팔이', '팔이 피플', '인쇼'(인스타그램 쇼핑) 등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들도 생겨났습니다.

개개인이 SNS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재능과 상품을 판매하는 '1인 1마켓'의 시대가 열린 것이죠.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유통 시장이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cell) 수준으로 분열했다는 의미로 '셀 마켓'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곰팡이 호박즙', '명품 카피', '가짜 아들 루머' 등 논란의 중심에 선 임블리는 국내에 셀 마켓, 인쇼 열풍을 정착시킨 대표적 성공신화이자 소셜미디어 셀러를 꿈꾸는 이들의 롤모델이었습니다. 2013년 동대문을 배경으로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한 지 수 년도 채 안 돼 연매출 1700억원의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시켰죠.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는 이 과정에서 쇼핑몰 임블리의 대표 모델이자 뮤즈로 활약해 82만명의 추종자들을 거느린 1인 브랜드로 소비자들을 각인시켰습니다. 임 상무가 '임블리' 그 자체가 되기까지는 인스타그램의 덕이 컸습니다. 그는 본인의 일상과 사랑, 결혼, 임신, 출산, 성공 과정 등을 인스타그램으로 지속적으로 알리고 팔로워들과 소통했습니다. 아울러 팔로워들에게 다양한 소품, 아이템을 활용한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제품을 홍보하며 친근하게 다가갔죠.

등 돌린 팬...셀마켓 핵심은 '신뢰'

축적된 팬덤, 본인만의 이미지만 있으면 별도의 광고 비용, 게재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임블리의 성공 이후 셀 마켓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초 호박즙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불거진 위생 논란에 '댓글 폐쇄' 등 임블리 측의 대응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보이콧까지 직면하면서 셀 마켓 산업과 인플루언서 마케팅 구조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특히 누구보다 열렬히 임블리를 좋아하고 소비했던 충성고객들 사이에서 말이죠. 유튜브에는 '임블리' 사태와 관련한 제보 및 SNS 마켓을 비판하는 성격의 게시물이 수백개 이상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임씨 부부는 지난 1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로 불거진 의혹에 직접 해명하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임지현 상무는 "(호박즙에 대한)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고객이 불안하다고 하니 너무 죄송했고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에 전체 금액 26억원치를 환불했다"며 "다른 것을 떠나 고객을 대한 내 마음이 오해를 받는 게 가장 힘들었다. 진짜 속이려는 생각이었다면 못 버텼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럼에도 여론은 싸늘합니다. 이에 대해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인플루언서와 소비자와의 관계는 연예인과 팬덤의 관계,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 그 사이에 놓여 있다"며 "셀마켓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를 보다 많은 정보와 뛰어난 감각을 지닌 조언자, 친구로 여긴다. 같은 소비자의 입장이라는 동질감과 보다 뛰어난 사람이라는 동경이 동시에 작용하는 관계다. 이같은 신뢰가 한 번 깨져버리면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팬이고 친구이지만 돈을 지불해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기 때문에 고객으로서 제대로 된 응대를 맞지 못하면 그 실망감에 팬심마저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부사장이 앞으로의 전략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제공)


인스타그램 "마켓으로 본격 전환"...보호제도 구축해야

한편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 지난 7일 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및 미디어 총괄 부사장은 서울 한강 세빛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스타그램을 마켓플레이스로 본격 전환할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국내에서 인스타그램이 셀 마켓의 창구로 적극 이용되고 있는 현상을 보다 본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 한국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의 60% 이상이 인스타그램을 '브랜드와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용자의 92%가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접한 뒤 구매와 관련한 행동을 취했다는 결과도 공개됐습니다. 이 중 35%는 실제 구매까지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콰이어스 부사장은 "한국 이용자들에게 인스타그램은 자기 개성을 표현하고 관심사를 탐색하는 플랫폼이자 브랜드와 소통하고 쇼핑을 즐기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어 "현재 인스타그램 내 결제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이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SNS 기업이 e-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플랫폼 제공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제도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제2의 임블리'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안 마켓 창구로 1인 셀마켓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팬덤과 소비자 간 모호한 경계에 있는 인플루언서 마켓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매뉴얼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임블리 사태와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기업이 직접 소셜미디어 셀러들에게 고객 관리 데이터베이스나 위기관리 매뉴얼을 교육, 지원해주거나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 셀마켓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도 조언했습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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