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먹방 BJ·유투버 '야식이' 인터뷰 수험생활 접고 밥솥 들고 전국 누벼 구독자 수 늘 때마다 나눔의 집 기부 "유투버 지망생들, 실패에 좌절 말고 즐기며 방송했으면"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임용고시 수험생은 세숫대야와 밥솥을 들고 전국을 누비는 '먹방(먹는 방송)' 1인 미디어가 됐다. 아프리카 TV에서만 5만 5000명, 유투브에서는 18만명의 구독자들이 그가 음식을 고르고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수험 생활을 관둔 뒤에도 역사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에서 시대가 낳은 슬픔의 역사를 세상에 알리고 도움을 주고자 먹방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에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먹방 아프리카방송 BJ 겸 유투버로 활동 중인 야식이(39·본명 허민수)의 이야기다. 바야흐로 1인 크리에이터·유투버 전성시대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말 초·중·고등학생 2만 72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희망직업 설문조사 결과 유투버(인터넷방송 진행자)가 운동선수와 교사, 의사, 요리사에 이어 처음으로 희망직업 5위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 직업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5월 구글코리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독자 수가 10만명이 넘는 국내 유투브 채널의 수도 2015년 367개에서 2017년 말 기준 2175개로 4배 가량 증가했다. 먹방은 유투브 채널 중에서도 커버송과 ASMR, 화장·요리법 소개 콘텐츠에 이어 가장 많이 조회되는 유형의 콘텐츠다. 먹방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살아남기 어려운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지만 야식이의 먹방 영상은 묘한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별다른 말 없이 앞에 놓인 그릇 속 음식을 성실히, 그리고 즐겁게 비워낸다. 다만 참깨라면 14봉지를 비워내고 마침내 짓는 그의 뿌듯한 미소에 구독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스냅타임에서 그를 만나 임용고시 수험생에서 유투버가 되기까지 삶의 여정을 들어봤다.
◇수험 스트레스 풀려 시작...1년 만에 전업 유투버로
2015년 아프리카방송 BJ로 처음 먹방 데뷔를 했다. 그 전까지 약 7년 간 역사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학원에서 국사 과목을 가르쳤던 그다. 처음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방송을 시작한 것 아니었단다. 그는 "일과의 대부분을 수험생활로 보내며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방법이 먹방을 시청하는 것이었다"며 "평소에 음식을 워낙 좋아하고 잘 먹기도 했다. 먹방을 시청하면서 '아 나도 해볼 수 있겠구나' 느꼈고 낮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밤에 취미로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일 음식을 골라 맛있게 먹고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것에 매료됐다. 먹방이 일종의 스포츠와 같다고 그는 표현했다. 원래부터 주변으로부터 대식가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방송을 시작한 뒤 '짜장면 한 그릇만 더', '라면 한 봉지만 더' 구독자들을 위해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했다. 그렇게 라면 8봉지로 시작한 그의 커리어는 어느새 짜장면 10그릇, 참깨라면 14봉지, 햄버거 20개를 한 자리에서 해치울 수 있는 대용량 먹방 유투버로 거듭났다. 먹방과 수험생활을 병행하다 2015년 시험을 앞두고 임용고시 준비를 접었다. 그는 "2015년 임용시험을 보는 날이었는데 먹방에 집중하느라 원서 접수를 놓쳐버렸다"며 "방송에 집중한 것도 있지만 그 때 이미 수험생으로서 마음이 떠난 것 같다. 수년간 몸바쳐 준비한 시험을 한 번 놓치고 난 뒤 먹방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밥솥 들고 전국 누벼...구독자 수 늘 때마다 기부도
그의 먹방에는 개인이 직접 준비한 세숫대야와 밥솥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는 "음식을 세숫대야에 담으면 보기에 푸짐해서 먹음직스러워보이며 시청자들도 그걸 선호하신다"며 "개인 밥솥을 챙기는 것은 공기밥을 무한리필해주는 음식점에 방송을 하러 갔을 때 사용한 뒤 생긴 습관이다. 자신처럼 많이 먹는 사람이 공기밥을 무한리필하면 가게 영업에 지장을 주고 민폐를 줄 수 있겠더라. 그런 음식점을 가면 자신이 직접 밥솥에 준비한 밥을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간단히 라면과 짜파게티를 끓여먹는 것으로 시작해 천안과 서울, 인천 등 전국을 누비며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까지 총 816개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는 "수 많은 먹방을 진행했지만 3년 전 처음 서울 용산구 이태원을 나가 야외에서 점보라멘 먹방을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장비가 없어 노트북 하나 들고 나가서 방송을 했는데 야외에서 전해지는 생생함 때문인지 그 방송 이후 구독자들이 처음 늘어났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던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2016년 1월부터 현재까지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기부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른바 '구독자 수 연계 기부 이벤트'다. 그는 "유투브 구독자와 아프리카 방송 애청자가 1만명씩 채워지면 각각 10만원씩, 2만명씩 채워지면 20만원씩, 총 10만명씩 채워지면 100만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독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모은 금액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 기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기부한 금액은 약 900만원 정도다. 그는 "역사를 공부한 학도로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겪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가 알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라는 생각에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며 "기부는 몰래 하는 게 아니라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작은 기부가 다른 유투버와 BJ들에게 자극이 돼 이런 문화가 더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개인 기부 외에도 여러 BJ들과 함께하는 푸드파이팅(음식 먹기 대결) 이벤트에 참여해 얻은 상금도 기부활동에 사용했다.
◇자영업자 돕는 보람 느껴...침체된 경기 살려주고파
방송을 하는 동안 오랜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딸(자유)을 낳았다. 그는 "먹방을 하다보니 가족들이 건강 걱정을 많이 한다"며 "방송과 육아를 병행하다보니 예전만큼 운동 등 자기관리를 하지 못해 살이 많이 쪘다. 예전에는 먹방 영상을 편집 없이 올렸지만 지금은 영상 편집도 함께 하다 보니 운동할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운동은커녕 잠 잘 시간도 부족한 나날이지만 방송 활동을 하며 느끼는 소소한 보람이 크리에이터로서의 활동을 지속케 하는 원동력이라 했다. 그는 "자신이 소개한 맛집의 음식이 맛있을 때, 먹방 영상을 보고 구독자들이 해당 가게를 방문하고 그로 인해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사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때 뿌듯함을 느낀다"며 "워낙 국내 내수시장이 좋지 않아 경기가 침체되다보니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제 영상이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방송에 임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독자 수가 늘어나면서 협찬 등 자영업자분들의 먹방 요청도 많아졌다"며 "몸이 하나다 보니 모든 요청을 들어드릴 수 없다는 점이 죄송하다. 자영업자분들에게는 자신의 먹방이 죽어가는 가게를 홍보해 다시 살릴 수도 있는 생존의 문제일 것이고 그만큼 간절할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실패가 두려운 비참한 사회...청춘들 삶을 즐겼으면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 유투버이지만 긴 수험생활을 포기한 실패의 역사를 지닌 그다. 그도 수험생활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시험과 취업에 번번이 실패를 겪는 청춘들의 애환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미련 없이 수험생활을 포기하고 다른 꿈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실패를 크게 두려워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여유가 있고 나쁘게 말하면 나태한 삶의 태도"라면서도 "경쟁이 치열한 지금의 사회에서는 내가 어떤 위치에 오르기 위해 누군가를 낙오시킬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사회의 자리가 너무 적다. 이는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패를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는 비참한 사회이지만 우리도 현실을 인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줄 아는 냉철한 자세가 필요하다"며 "경쟁과 낙오를 너무 두려워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고 설파한 원효대사의 말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힘든 현실을 살아가야 하지만 청춘들이 삶의 순간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유투버를 희망하는 수많은 어린이와 젊은 세대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기며 활동에 임했으면 좋겠다"며 "시청자들도 즐기면서 진행되는 방송에 매력을 느끼며 유투버 본인도 그래야 오래 일을 할 수 있다. 유투버 뿐 아니라 어떤 직업에서든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