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명절 귀성길은 험난하다. 내려가는 사람은 많고 이동 경로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교통 정체를 피할 수 있는 기차표 예매는 그래서 매번 전쟁이다. 코레일은 이 시기에 수요가 몰린다는 것을 알기에 증편을 하고 최대한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기 위해 애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내집 마련과 자산 증식을 원하지만 내가 갖고 싶어하는 집은 한정돼 있다. 이 경우 기차표와는 달리 가격 흥정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집값은 오르기 일쑤다. 때맞춰 건설사가 집을 많이 지어서 팔면 좋은데 2~3년의 시차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은 어렵다.
이러한 구조를 감안하면 단순히 수요 억제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은 애초부터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는 걸 이해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는 투기세력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서민 주거안정 정책은 다주택자 때려잡기에 집중돼 있다. 내년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더 강화해 적용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이미 지난 4월부터 시행중이다. 내집 마련을 넘어선 ‘투기’ 수요는 분명 예전보다 감소했을 것이다.
문제는 마땅한 대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이 결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 소위 ‘똘똘한 한채’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면서 벌어진다. 지하철이나 도로, 생활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학군이 좋은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같은 특정지역은 고강도 규제에도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답이 안 나올 땐 거꾸로 생각해보자. 수요를 틀어막는 것이 잘 안된다면 강북을 강남처럼 만들든지, 강남에 공급 물량을 늘리든지 등의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국민들에게 이같은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정부 정책을 무시하고 무리한 투자에 나서는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까? 나그네의 코트를 벗기는 데는 매서운 바람보다 따뜻한 햇빛이 효과적이었다는 동화의 교훈을 곱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