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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No.1에서 수소 No.1으로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는 최근 수소차 가격 인하를 위한 생산 규모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차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가용 승용차, SUV, 버스, 트럭 등 다양한 모델의 개발과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기 위한 과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수소차 제조 공정을 일반 내연기관차 수준의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동시에 수소차에 사용하는 플래티넘 등 값비싼 원재료의 사용을 축소함으로써 생산과정을 최소화하고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생산 중인 세단형 수소차인 미라이의 부품을 최대한 활용한 수소 트럭을 내년 초 양산할 계획이다. 이 트럭은 앞서 지난달 6일 일본에서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과 공급체결을 마치고 공개한 바 있다.
이때 공개한 수소 트럭의 제원을 살펴보면 승용 수소차 미라이와 같은 연료전지를 탑재했으며, 적재량은 3t이다. 수소로 발전한 전기는 화물칸에 실린 화물냉장에도 이용하면서 1회 충전으로 200여km를 주행할 수 있다. 자연재해 등으로 전기 공급이 끊길 경우 트럭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또 추후 배송용 차량 전체를 수소 트럭으로 대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도요타의 초기 시장 확대에 순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요타는 또 지난 3월에는 수소 버스 ‘소라’를 도쿄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했으며, 미국 서부에서도 대형 수소 트럭의 시험운행을 추진하고 있다.
승용차부터 버스 트럭까지 아우르는 전체 수소 제품군의 본격적인 대량생산 체제는 오는 2025년을 목표로 삼았다. 이와 함께 단계적으로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현재 주력 차종인 미라이의 차세대 모델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700~750km까지 확대하고, 2025년까지 1000km로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는 이미 자신들의 최대 강점인 하이브리드차 부문에서 하나의 플랫폼을 통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해당 시장을 장악한 경험이 있기에, 수소차 부문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며 “올림픽과 맞물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까지 더해지면 대량생산 계획의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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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요타의 수소차 대량생산 체제 구축 계획은 특히 현대차·아우디의 동맹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도요타와 세계 자동차 생산 1·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그룹은 수소차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뒤늦게 합류한 탓에 현대차의 기술력을 빌려 대량생산을 통한 시장 경쟁 합류에 뜻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내연기관차의 글로벌화가 열리던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규모의 경제로 나아갔을 때 누가 더 대량생산에 한발 앞서느냐가 주도권 쟁탈에서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BMW는 아우디보다 앞서 도요타에 손을 내밀었고, 제너럴모터스(GM)은 혼다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도요타와 혼다, 현대차로 시작된 1차 수소차 삼국지는 앞으로 동맹체제를 바탕으로 한 2차전으로 넘어간 격이다.
현재 시점에선 도요타와 혼다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는 향후 수소차 시장의 주도권 향방을 결정할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에서 각각 올 상반기 743대, 616대를 판매하며 시장 1,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차세대 수소차 넥쏘의 출시를 앞두고 기존 투싼ix를 단종하는 절차를 겪으면서 같은 기간 이에 한참 모자란 36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현대차는 내달부터 차세대 수소차 넥쏘의 생산시설 설비를 마무리짓고, 오는 10월 중 공식 출시해 미라이, 클라리티와 본격적인 진검승부에 나선다. 동시에 미래를 대비한 아우디와의 수소차 파트너십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우디와의 수소차 파트너십에 대해 “양사의 수소차 동맹을 통해 친환경차 표준화 경쟁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원가 절감과 가격경쟁력 확보도 가능하다. 연관 산업의 발전과 혁신 생태계 조성에 새로운 전환점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