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强軍은 리더십 혁신에 달렸다

김관용 기자I 2018.02.21 05:00:0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국방개혁 2.0을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국방부를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2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출입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송 장관이 이 자리에서 여러 가지를 언급했지만, 결국 ‘싸우면 이기는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세부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는 의지만은 강고해 보인다.

‘강군 양성’이 목표라면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국방개혁의 구체적 내용이 될 것이다. 보다 일반적인 질문으로 바꾸면 ‘우리 군을 어떻게 유능한 조직으로 바꿀 것인가’이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각급 부대들이 유능한 조직으로 탈바꿈할 때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조직의 변화 없이 개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몇 개의 프로그램이나 입법으로 가능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성공적인 조직의 특성은 무엇일까. 많은 연구가 있지만 결국 △탁월한 리더십 △개방적 소통 △지속적인 학습으로 집약된다. 성공적인 조직은 이런 특성을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더욱 발전하는 것이다.

리더십이 조직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상명하복 원칙이 지배하는 군 조직에서 어떤 사람이 지휘관으로 오느냐에 따라 부대는 달라진다. 한 사람의 훌륭한 지휘관이 부대 분위기를 좌우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우리 군이 강한 군대를 만드는데 적합한 인물을 우선시하는 인사 제도를 갖추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다른 조건을 더 중시한다면 싸워서 이기는 부대를 만들겠다는 개혁 목표는 실현하기 어렵다.

좋은 인사제도의 핵심은 능력에 기반한 경쟁구조다. 출신별 할당에 급급하고, 연줄에 얽매이는 인사 제도로는 유능한 조직을 만들 수 없다. 한번 보직을 받으면 계급 정년에 이를 때까지 보장받는 소위 ‘철밥통’이 존재하는 한 군대는 발전할 수 없다. 군 인사가 내부적 파당에 좌우되거나 정치적 고려에 의해 휘둘리는 것을 차단하는 것에서부터 개혁은 시작되지 않겠는가.

다음은 개방적 소통이다. 조직 내 소통만 제대로 이뤄져도 많은 문제가 절로 해결된다. 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보다 내부 소통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더 실효적이다. 상명하복의 원칙이 지배하는 군대에서 민주적 소통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각기 상황에 맞는 문제제기와 해결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

대화와 소통은 조직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각 조직의 문제는 내부 구성원이 가장 잘 안다. 이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을 위한 실천적 노력을 기울일 때 발전이 가능하다. 구성원들의 지지와 열정을 고양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부대원들 간 격의 없는 대화와 합리적 소통이 이뤄질 때 강한 부대가 탄생하는 법이다.

성공하는 조직의 또 다른 특성은 지속적인 학습이다. 군대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불확실성과 상대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전쟁에서 지피지기의 통찰과 전략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력(intellectual muscle)을 쌓아야 한다. 20세기 초 기계화전 전략을 수립한 퓰러(J. F. C. Fuller)나 간접 전략의 리델하트(B. H. Liddell art), 그리고 우다루프(OODA Loop)로 유명한 보이드(J. Boyd) 역시 공부하는 군인이었다. ‘73 이스팅 전투’의 신화를 낳았던 맥 매스터(H. R. McMaster) 대위(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책을 잡았다. ‘손자병법’에서도 장수의 첫 번째 자질로 ‘지’(智)를 꼽았다. 공부하는 군인이 잘 싸우는 법이다.

소통과 학습 역시 지휘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인사 문제로 귀결된다. 어떤 사람이 진급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 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부대 본연의 임무수행에 충실한 사람, 소통과 합리적 대화가 가능한 사람, 스스로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이 인정받고 진급이 된다면 조직은 그렇게 달라진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어느 조직에서나 진실이다. 국방개혁의 기초가 인사제도의 혁신이 돼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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